"日규제 다음 타깃 우리일수도"…폭풍전야 숨죽인 산업계

日, 28일부터 수출심사 우대 韓 제외 강행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개별품목 추가 규제 우려

김영화 | 입력 : 2019/08/27 [21:36]

 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는 폭풍전야와 같은 모습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에서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내 들거나 2차전지·공작기계 등 타 업종으로 보복 공세를 확대할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향후 양국 간 정치적 갈등에 따른 규제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전자 업계에서는 일본이 28일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행 당일부터 추가로 개별 품목 수출 규제를 실시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의 경우 주요 공정에 필요한 핵심 소재들의 일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글로벌 공급사슬을 와해시키지 않는 선에서 수출 규제를 시행해 국내 기업들의 설비 투자와 생산 계획에 차질을 유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본이 추가로 수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품목으로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와 회로를 그릴 때 필요한 `블랭크 마스크` 등을 언급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공작기계와 집적회로 등이 거론된다. 


하나금융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블랭크마스크와 실리콘웨이퍼의 일본 수입의존도는 각각 65.5%, 52.8%로 추정된다. 에폭시 수지의 경우 일본 의존도가 87.4%에 달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시행 세칙을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으로 규제 방침을 밝힌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예의 주시하면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기존 규제 품목 3개 이외에도 소재·장비 분야에서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존재하기 때문에 향후 추가 수출 규제 여하에 따라 생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전략물자로 구분할 수 있는 품목을 감안하면 일본이 보복 조치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대폭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일본 규제의 영향권에 있는 주요 기업들은 소재·설비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본이 다음 규제 타깃을 어느 품목에서 정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대비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소재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아직 추가 규제와 관련해서는 정해진 방침이 없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 역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시행은 이미 예정돼 있던 수순"이라면서 "추가 규제 가능성에 대해 상황을 보고 있다"고 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수출규제TF를 지속 운영하면서 대응 방안 수립, 대체 거래처 발굴 등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2차전지 업계 역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차전지 산업은 반도체의 뒤를 이어 한국이 일본을 역전한 산업이며, 전기차 시장 확대로 가파른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2차전지 관련 소재·부품이 일본의 다음 수출 규제 품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불안감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4대 핵심 소재 가운데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은 대부분 국산화가 완료됐고 중국 업체 등 글로벌 공급처도 다변화돼 있어 일본 수출 규제에도 영향이 거의 없다. 하지만 부재료는 상황이 다르다. 알루미늄 파우치, 바인더 등은 일본 업체 의존도가 70~80%에 달한다. 어렵사리 공급처 대체에 성공한다 해도 완성차 업체 등 고객사의 승인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 단계에서 어떤 기업이 만든 소재와 부품을 써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지 하나하나 명시하는데, 일본의 수출 규제로 소재·부품 조달처를 바꾸면 최악의 경우 계약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며 "만에 하나 규제가 시행된다면 타격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작기계 산업도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중소·중견기업들이고, 일본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수 있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수치제어식 수평선반의 경우 일본 수입 의존도는 63.5%에 달한다.

 공작기계 업체가 몰려 있는 창원 지역경제 피해도 우려된다. 창원은 국내 최대 기계산업 중심지로 공작기계 완제품과 부품을 생산하는 300여 개 업체가 공작기계 국내 생산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창원 소재 A업체 관계자는 "재고 확보를 위해 노력하긴 했지만 막상 일이 터지면 몇 개월이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된다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B업체 관계자는 "직접 피해가 발생하면 당국에 신고를 해달라고 하는데 신고한 뒤에 얼마나 신속한 대응책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회사 내에 대응 인력도 부족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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