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의 '오후 4시 커피 금지령', 온라인 달군 '수면권' 논쟁으로 비화
"업무 효율" vs "숙면 보장"…직장인 갑론을박 속 대안으로 떠오른 '디카페인'
카페 풍경 바꾼 디카페인 열풍… "맛은 그대로, 카페인 부담만 뺐어요"
전문가들 "숙면 원한다면, 커피는 오후 2~3시 이전에만 즐기세요"
더위엔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진=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 앞. '카페인은 제거하고 원두 풍미는 그대로'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입간판이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카페는 다른 메뉴가 아닌 오직 '디카페인 커피'만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고 있었다.
카페 내부 키오스크에서는 디카페인 콜드브루를 활용한 아메리카노와 라테는 물론, 1리터 대용량 제품까지 판매 중이었다. 가격은 일반 커피보다 500원에서 900원가량 높았다.
'커피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 사회에 커피 소비 문화를 둘러싼 새로운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한 기업이 직원들의 건강과 숙면 보장을 이유로 '오후 4시 이후 사내 커피 제공 중단'을 선언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이 조치는 오후 시간대 카페인 섭취의 적절성을 두고 격렬한 찬반 논란을 야기했으며, 동시에 숙면을 방해받지 않고 커피의 각성 효과를 누리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자극해 디카페인 시장의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오후 4시 이후 사무실 내 커피를 이용할 수 없게 됐음을 토로하는 직장인 (사진= 직장인 커뮤니티 '리멤버' 캡처)
직장 내 '오후 4시 커피 금지'…온라인 달군 논쟁
지난달 2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리멤버'에는 "오후 4시 이후 사무실 커피 금지. 이게 가당키나 합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순식간에 7만 건에 육박하는 조회수와 수백 개의 댓글을 기록하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부동산 분야에 종사한다고 밝힌 작성자는 "아침에 전사 공지 메일을 받았다"며 "이미 습관이 돼 오후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정신을 차리기 힘든데, 일방적인 금지 조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진정 수면의 질을 생각한다면 4시 이전에 퇴근시키는 편이 나을 것"이라며 "결국 직원 건강을 명분으로 내세워 회사 비품 값을 아끼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게시글에는 수많은 직장인의 댓글이 달리며 논쟁이 벌어졌다. "커피를 마시고 정신 차려 일을 더 잘하면 되는 것", "카페인이 문제라면 디카페인 원두로 대체하는 방법도 있다" 등 작성자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았다.
반면, "오후 늦게 마시는 커피는 확실히 수면의 질에 악영향을 준다", "회사가 커피를 무조건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다" 등 회사의 조치를 옹호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 앞에 디카페인 커피를 홍보하는 입간판이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안으로 급부상한 '디카페인 커피'
직장인들의 '오후 4시 커피 논쟁'은 디카페인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종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미진(29) 씨는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을 묻자 망설임 없이 "엄청나게 많아졌다"고 답했다.
김 씨는 "올해 초부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디카페인 주문이 늘었다"며 "오전에는 일반 커피를 마셨던 손님이 오후에 다시 찾아와 디카페인을 주문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검진 후 의사 권고로 디카페인을 찾거나, 임산부 손님도 꾸준히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의 다른 카페 운영자 김모(45) 씨 역시 "1년 전만 해도 하루 10~15잔에 불과했던 디카페인 주문이 지금은 두세 배는 늘었다"며 "메뉴판에 따로 없어도 먼저 디카페인이 가능한지 묻는 손님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저녁에 커피가 생각나지만 잠을 설칠까 봐 걱정하는 분들이 주 고객층"이라며 "최근 기술이 발전해 일반 커피와 맛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부분 1천 원 미만의 추가 비용으로 모든 커피 메뉴를 디카페인으로 변경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스타벅스는 지난 4~5월, 오후 5시 이후 디카페인 음료를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하며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노량진역 인근 한 카페의 메뉴판.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을 95% 제거했다는 점이 기재돼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문가들 "오후 2~3시 이후 카페인 섭취, 수면에 영향"
전문가들은 카페인 섭취 시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뇌의 수면 유도 물질인 아데노신을 차단해 각성 효과를 내는 카페인은 체내에서 분해되어 사라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강재헌 성균관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카페인의 효과 지속 시간은 개인차가 있지만 통상 4시간에서 길게는 8시간까지 이어진다"며 "수면의 질을 고려한다면 오후 2~3시 이후에는 커피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윤수정 가정의학과 의원 원장 역시 "오후 늦게 커피를 마시면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는 입면 장애뿐 아니라, 잠든 후에도 자주 깨는 '수면 분절'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원장은 "저녁 시간 각성이 필요하다면 커피 대신 가벼운 운동이나 세수 등으로 신체를 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커피가 무조건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성인의 하루 카페인 권장 섭취량은 400mg 미만으로, 적정량을 섭취할 경우 긍정적인 효과도 크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각역 인근 상가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강 교수는 "커피에 풍부한 폴리페놀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내며, 당뇨병 예방 및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 원장 또한 "커피는 집중력을 높이고 운동 시 피로감을 줄여주며,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오후 4시'를 둘러싼 논쟁은 '잘 쉬고 잘 일하고 싶은' 현대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이 고민이 계속되는 한, 카페인 걱정 없이 커피의 풍미를 즐기려는 흐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저작권자 ⓒ 국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우창
기자
-
국민은 '찬성', 전문가는 '반대'… '독자 핵무장' 둘러싼 동상이몽
-
'채상병 영장 기각' 불똥, 조희대 사법부로… 민주당 공세 격화
-
트럼프, 韓·日·中 연쇄 정상회담…'투자 청구서' 내민다
-
이 대통령, CNN서 '줄다리기 외교' 구상 "북미 대화 환영, 한중 관계 관리"
-
'트럼프 회담 취소'에 美·EU '추가 제재'…러 "전쟁 행위" 강력 반발
-
테슬라 'AI5' 칩, 삼성전자도 참여... 실적 발표 후 주가 3.8% 하락
-
'집값'이 발목 잡았다…한은, 기준금리 3연속 2.50% 동결
-
'전자 기록' 열람은 위법수집증거인가?
-
'여자 아베' 다카이치, 아베 숙원 '전쟁 가능 국가' 드라이브
-
한미 관세 협상 '청신호'…미, '전액 현금 투자' 요구 사실상 철회
-
뇌졸중, 4.5시간의 골든타임! 1분 1초가 생명이다
국내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하는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세포가 손상되는 중증 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히면 1분마다 약 200만 개의 뇌세포가 손상되므로, 증상 발생 시 즉시 119에 신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경색과 뇌출혈…증상 나타나면 즉시 병원 찾아야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터지는 '뇌출혈'로 나뉜다. 국내 환자의 약
-
인천 복지 '숙원' 풀렸다... 사회복지회관, 2028년 학익동에 새 둥지
인천시(시장 유정복)는 '인천사회복지회관 이전 건립 사업'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천 시민과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현재 남동구 간석동에 위치한 사회복지회관은 1996년 준공돼 건물 노후화, 공간 협소, 주차 공간 부족 및 접근성 문제로 지역사회의 개선 요구가 컸다. 현재 28개 사회복지 기관·단체가
-
'100억 잭팟' 터졌다… 대구 'FIX 2025', 700만 달러 수출 계약 성과
대구시는 '2025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5)' 이틀째인 23일 엑스코에서 'FIX 혁신상' 수상기업 30곳에 대한 시상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미래 모빌리티, 로봇, AI 분야에서 '최고 혁신기술상' 9개 사와 '혁신상' 21개 사가 선정됐다. 최고 혁신기술상에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오토노머스에이투지(레벨4 자율주행차 '로이'),
-
KBS '서라벌 1000', 첨단 기술로 재현한 '가상 서라벌' 공개
KBS대구방송총국은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를 기념해 특별기획 '서라벌 1000'을 오는 26일 KBS 1TV를 통해 전국에 동시 방영한다고 24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경주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AI와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신라 왕경 유산의 모습을 '디지털 헤리티지' 형태로 선보인다. 디지털 헤리티지 전문가인 김지교 대표와 양정석
-
18~59세 3명 중 1명 '연금 사각지대'…정부, '노후 구멍' 메우기 착수
18세에서 59세 사이 국민 3명 중 1명이 노후에 국민연금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는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이나 사업 중단으로 보험료 납부를 유예한 '납부예외자'와 장기 체납자를 합친 '협의의 사각지대' 인원만 335만 명에 달했다. 여기에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까지 포함한 '광의의 사각지대'는 1천만 명에 육박했다.
-
尹 "상현에 얘기할게" 녹취록과 배치…특검, 尹부부 '정치자금법 위반' 기소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상현 의원이 김영선 전 의원의 '윤석열 캠프' 이력을 거론하며 힘을 실어준 정황이 확인됐다. 24일 확인된 2022년 5월 10일자 공관위 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윤 의원은 김 전 의원이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공헌한 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창원
-
APEC 계기 타결 '빨간불'…한미 관세협상, 핵심 이견 여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워싱턴DC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인천공항에서 24일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주 APEC 정상회의 계기 타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김 실장은 "(APEC 이전) 추가 대면 협상 시간은
-
'월급 떼먹는 사장' 철퇴… "밀린 임금, 3배로 갚아라"
오늘(23일)부터 근로자 임금을 고의로 체불한 사업주에 대해 체불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상습적인 임금 체불을 근절하기 위해 마련된 개정 근로기준법이 이날(23일)부터 본격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개정법은 '상습 체불 사업주'의 기준을 명확히 규정했다. ▲직전 1년간 3개월분 이상의 임금을 체불했거나 ▲5회
-
北 "극초음속 비행체 400km 성공" vs 韓 "350km, 변칙기동 없었다"
북한이 22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이달 초 공개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1마'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발사는 불규칙한 궤적을 그리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로 남한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이달 말 열릴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전날 새로운 무기체계인 극초음속비행체 두 발을
-
김건희 여사 재판, 핵심 증인 2인 증언 '주목'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김건희 여사의 공판이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증인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혐의를 부인했다. 명씨는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대가로 김 여사에게 총 58회(2억 7천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제공했다는 특검팀의 공소 사실에 대해 "총 14건을 전달했고 비공표 여론조사는
국일일보 © 국일일보 All rights reserved.
국일일보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