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잘못,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故 강을성 씨 재심 무죄에 재판부 ‘눈물’

이우창 기자

등록 2026-01-19 17:48

“너무 늦어 무력감 느낀다” 판결문 너머의 진심… 유족들 “한 번도 아버지를 간첩이라 생각 안 해”



故강을성 사형 50년 만에 무죄…유족들은 눈물故강을성 사형 50년 만에 무죄…유족들은 눈물. 사진=이의진


박정희 정권 시절 ‘통일혁명당(통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됐던 고(故) 강을성씨가 50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강민호 부장판사)는 19일 강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 등이 불법 구금 및 고문 등 가혹행위를 통해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단순히 북한에서 발간한 논문을 읽었다는 사실만으로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동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군무원이었던 강 씨는 1974년 북한 지령을 받고 통혁당을 재건하려 했다는 혐의로 육군 보안사령부에 체포됐다. 그는 고문 끝에 사형을 선고받았으며 1976년 사형이 집행됐다.


판결을 선고한 강민호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고개를 숙여 유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이에 방청석의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강 씨의 맏딸 강진옥 씨는 "한 번도 아버지가 간첩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재판장이 인간 강을성이 살아온 세월과 억울함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절차적 진실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무죄를 구형했으며,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동부지검은 언론 공지를 통해 유족에게 사과하며 인권 옹호 기관으로서의 업무에 충실할 것을 약속했다.


유족 측 변호를 맡은 최정규 변호사는 "검찰은 말뿐인 반성이 아니라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무죄 판결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고 박기래·진두현·박석주씨에 이어 사형 집행자였던 고 김태열씨도 무죄가 확정되는 등 과거사 정리 작업이 사법부를 통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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