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5연속 동결 속 환율 불안정·부동산 과열 우려…통화 완화 명분도 공존
17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손뼉 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금리 결정을 앞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들어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연 4.25~4.50%)를 동결했다. 이는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 상당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 연준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줄곧 금리 인하를 요구했음에도, 연준은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이유를 들어 하반기에도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이번 FOMC에서는 미셸 보먼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두 명이 0.25%p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소수의견을 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웠다. 연준 이사 중 2명 이상이 동시에 소수의견을 낸 것은 32년 만에, FOMC 위원 2명 이상이 소수의견을 낸 것은 5년 만에 처음이었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인 2%p를 유지했다. 이는 한국은행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에 근접하는 등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들 또한 외환 수급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내외 금리차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흐름과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 추이 또한 한은의 금리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6·27 대출 규제 이후 은행권 가계대출 신규 신청 금액이 60% 가까이 급감했지만,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의 신고가 경신이 계속되는 등 정책 효과를 속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집값 상승 속도에 대한 경계감을 표명하며 "가격이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다음 달 금리 결정을 앞두고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저울질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 근방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경기 부양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이 투입되지만, 올해 1%대 경제성장률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은 통화 완화를 서둘러야 할 명분으로 거론된다.
반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 환율 불안정,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 그리고 여전히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등이 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을 신중하게 조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발표된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결과가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미국은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고, 자동차에도 15%의 품목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는 한은의 기존 전망과 거의 부합하는 수치로 평가됐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글로벌 교역여건 변화가 국내 경제 각 부문 및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 회의가 8월 28일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통화정책 방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국은행은 조만간 열릴 한미정상회담 결과 등을 추가로 살피며 금통위 회의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금리 결정과 함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8%, 1.6%로 예상하는 수정 경제전망도 함께 내놓을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여름철 폭우와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반면, 하반기 2차 추경 집행과 민간 소비의 회복 조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국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우창
기자
-
10·15 부동산發 후폭풍…민주당, 민심과 선거 사이 '숨고르기'
-
500조 '투자 청구서' 내민 美… 韓 외환시장 '흔들'
-
미얀마 국경에 세워진 '2조 원대 범죄 제국'의 실체
-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주춤', 민주당은 '출범 첫 30%대' 쇼크
-
언론 자유의 암흑기…미 국방부 보도 통제에 기자단 집단행동으로 맞서다
-
이재명 대통령, 스웨덴 왕세녀와 미래 협력 논의
-
'범죄 소굴' 된 캄보디아…정부, 교민 구출 '합동 대응팀' 급파
-
파월의 '피벗' 선언…금리 인하 넘어 양적긴축 중단까지
-
혈세 41억은 퇴역 장성 쌈짓돈?…국방과학연구소 '그들만의 리그'
-
미중, '관세 폭탄' 주고받으면서도 대화 문은 '활짝'
-
"국가도 가해자였다"…'MB 블랙리스트' 법원의 재평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에게 국가와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7-2부는 17일, 배우 문성근 씨 등 36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한민국은 이명박, 원세훈(전 국정원장)과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 500만원을
-
야스쿠니 앞에 멈춘 다카이치, 총리직 향한 '전략적 보류'
" 차기 총리 주자로 꼽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17일 시작된 야스쿠니 신사 추계 예대제에 참배하지 않았다. 총리 선출 시 외교적 영향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이며, 다카이치 총재는 참배 대신 공물(다마구시) 대금을 사비로 봉납했다. 그는 각료 시절부터 참배를 이어온 대표적인 극우 성향 정치인이지만, 총리직을 염두에 둔 듯 최근에는 신중한 태도를
-
한지붕 두 회사, 국가유산청 '특혜 계약' 독식 논란
국가유산청이 사실상 한 업체가 운영하는 회사 두 곳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그중 한 곳을 여성기업으로 위장해 계약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현진 의원은 16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배 의원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2020년부터 5년간 디자인 업체 D사와 S사와 총 30건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 중 S사는
-
'김치 발효 방해꾼'의 반전…알고 보니 숨은 조력자는 '바이러스'였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그동안 발효식품의 문제점으로만 여겨졌던 박테리오파지가 김치 발효 과정에서는 오히려 유익한 미생물의 생존을 돕는 '조력자'임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로, 그동안 발효를 일으키는 유익균(종균)의 성장을 방해해 발효 실패의 주범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박테리오파지가 특정 미생물만
-
'북방정책' 33년 만의 재현…노태우 아들, 아버지 이어 주중대사로
이재명 정부의 첫 주중대사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60)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임명됐다. 외교부는 16일 노 이사장을 주중대사로 공식 임명했다. 이로써 지난 1월 정재호 전임 대사 이임 후 약 9개월간 공석이었던 주중대사직이 채워졌다. 노 신임 대사의 발탁 배경에는 부친 노 전 대통령이 1992년 한중 수교를 이끈 '북방정책'의 상징성이
-
송도 '전력 대란', 첨단기업 투자 길목 막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의 전력 인프라 부족 문제가 한계에 부딪히며, 기업 투자 유치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회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7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송도국제도시에 접수된 전력 공급 신청 25건 중 14건(56%)이 불허됐다. 특히 바이오·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핵심인
-
대두 전쟁: 밥상 위로 번진 미-중 패권 다툼
미국과 중국 간 '대두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적대행위'로 규정하며 보복성 제재를 경고했다.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미국 농업계의 불만이 있다. 특히 수확철을 맞아 중국이라는 거대 판로를 잃은 대두 농가의 타격이 크다. 야당인 민주당 역시
-
구멍 뚫린 세원, 불법 단말기가 삼킨 세금 441억
최근 3년간 미등록 결제대행(PG) 업체의 불법 결제 단말기를 이용한 탈세액이 44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수영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관련 적발 건수는 총 4,371건으로 집계됐다. 탈세 규모는 2022년 30억 원(288건)에서 2023년 177억
-
동족을 노리는 검은 손... 캄보디아발 '취업 사기'의 실체
최근 캄보디아를 근거지로 한 한국인 대상 투자 사기 및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범죄에 필요한 한국인 조직원을 확보하기 위해 납치와 감금까지 서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 서부경찰서 오영훈 수사과장은 캄보디아 현지 탐문 수사 결과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현재 경찰이 추적 중인 한 투자 리딩 사기 조직은
-
21조원 비트코인 몰수…미·영, '北 자금 세탁' 연루된 캄보디아 사기 제국 정조준
미국과 영국 정부가 캄보디아 등지를 거점으로 인신매매와 금융 사기를 자행해온 국제 범죄 조직을 제재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 사기와 인신매매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취한 '프린스 그룹'(Prince Group)과 그 회장 천즈를 핵심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 미 재무부는 프린스 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지정하고
국일일보 © 국일일보 All rights reserved.
국일일보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