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엘 미라도르 동굴서 11명 유해 분석...뼈에 새겨진 끔찍한 기록들
유아 대퇴골서 골수 추출 흔적...전쟁 포로를 섭취한 것으로 추정
청동기 시대보다 앞선 식인 풍습 확인...고대 부족 사회의 폭력성 드러나
뼈를 깨 골수를 추출한 흔적이 있는 유아 대퇴골 스페인 엘 미라도르(El Mirador) 동굴에서 발견된 유아 대퇴골로, 뼈를 깨뜨려 골수를 추출한 흔적이 있다. (사진= IPHES-CERCA 제공)
스페인 아타푸에르카 산맥의 한 동굴에서 약 5,600년 전 후기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집단으로 다른 사람의 시신을 해체하고 섭취한 충격적인 증거가 발견됐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청동기 시대 식인 행위보다 훨씬 앞선 시기였음을 보여주며, 당시 이웃 부족 간에 잔혹한 폭력적 충돌이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스페인 카탈루냐 고인류학 및 사회진화연구소(IPHES)의 팔미라 살라디에 박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타푸에르카 산맥에 위치한 엘 미라도르(El Mirador) 동굴에서 발굴한 11명의 뼛조각에서 인간의 시신을 먹기 위해 해체한 명확한 흔적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식인 행위 과정에서 부서지고 조각난 팔다리뼈들 (사진= IPHES-CERCA 제공)
연구팀은 유아,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유해 조각 650개를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무려 239개의 뼛조각에서 사후에 의도적으로 가공된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일부 뼈에서는 사람의 치아 자국까지 관찰돼 직접적인 섭취 행위가 있었음을 증명했다.
또한 222개의 뼛조각은 불에 굽거나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색 변화를 보였다. 해체 흔적과 열처리 흔적이 동시에 발견된 뼈도 69개에 달해, 시신이 분해된 후 조리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날카로운 도구로 살을 저미거나 긁어낸 절단 흔적과 뼈를 부순 자국 등 총 132개의 가공 흔적이 확인됐으며, 유아의 대퇴골에서는 골수를 빼내기 위해 뼈를 깨뜨린 흔적까지 발견됐다.
불에 굽거나 조리하면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뼈의 색 변화 (사진=Scientific Reports, Gerard Campeny et al.제공)
연구팀은 이러한 끔찍한 흔적들이 단순한 장례 풍습이나 극심한 기근으로 인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유해가 변형된 패턴이 싸움 중 입은 상처와는 확연히 달랐으며, 먹기 위한 목적으로 해체된 패턴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공동 제1 저자인 프란세스크 마르지네다스 박사는 "모든 과정이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볼 때, 이번 식인 행위는 이웃 공동체 간 충돌로 촉발된 폭력 사건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이베리아반도에 남아 있는 다양한 장례 풍습의 흔적 속에서, 고대 식인 행위가 신석기 시대의 폭력적인 갈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음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출처 : Scientific Reports, Gerard Campeny et al., 'Evidence of neolithic cannibalism among farming communities at El Mirador cave, Sierra de Atapuerca, Spain',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5-10266-w (스페인 시에라 데 아타푸에르카, 엘 미라도르 동굴의 농경 공동체 사이에서 발견된 신석기 시대 식인 풍습의 증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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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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