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즉각 휴전'서 입장 선회…러시아, 대화 명분 속 영토확대 야욕 노골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즉각 휴전'을 피하고 '장기 평화협상'으로 직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표면적으로 대화에 응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화해 점령지를 넓히려는 전략적 노림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3시간가량 진행된 미·러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단연 우크라이나 전쟁이었으나, 양측은 휴전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휴전을 건너뛰고 바로 평화협상으로 들어가는 것은 푸틴 대통령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사안으로, 이번 회담을 통해 러시아가 원하는 구도를 관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최근 여름 공세에서 뚜렷한 군사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휴전 없이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러시아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전투를 지속하며 군사적 우위를 점하는 동시에,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지 모르는 '끝없는 협상'을 명분으로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CNN은 "러시아는 대화와 동시에 여름 공세를 포함한 전투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미국 알래스카의 미군 기지에 도착해 악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불응 시 제재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회담 이후 "평화협정으로 직행할 것"이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이는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전략을 수용한 것으로, 러시아가 전쟁을 이어가며 협상 조건을 좌우하기 쉽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 역시 러시아의 영토 확보 야욕을 드러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지도자들에게 "푸틴이 아직 점령하지 못한 돈바스 지역의 약 3분의 1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 대가로 점령률이 낮은 헤르손과 자포리자 전선을 동결하겠다는 제안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합의가 러시아군에 향후 추가 공격을 위한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고 깊이 우려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푸틴 대통령의 진정한 속내가 단순히 전쟁을 끝내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의 핵심 관심사가 소련 붕괴로 실추된 러시아의 과거 위상을 되찾고 국제 무대에서의 영향력을 재건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결과물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에 중대한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국제 질서에 상당한 불안정성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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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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