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비만 방치한 2030 여성, 자궁내막암 위험 최대 6배

이우창 기자

등록 2025-09-01 08:42

"뱃살, 단순히 미용 문제 아냐"… 젊은 여성 환자 4년 새 33% 급증



복부비만복부비만 (사진= 자료 이미지)


서울에 사는 2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대학 시절부터 반복된 다이어트와 요요 현상을 겪었다. 1년 전 단식과 운동으로 10㎏ 이상 감량에 성공했지만, 이내 폭식 습관이 되살아나면서 이전보다 심한 복부비만을 얻게 됐다. 


 예상치 못한 질 출혈로 병원을 찾은 A씨는 자궁내막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되어 자궁을 지키는 치료를 받은 그는 "복부 비만을 그저 외모 문제로만 치부했던 과거를 후회한다"며 젊은 세대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과거에는 주로 폐경기 여성에게서 발견되던 자궁내막암이 이제는 A씨처럼 2030세대 젊은 층을 위협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20년 2만3,078명이던 자궁내막암 진료 환자는 2024년 3만392명으로 4년 사이 약 32% 급증했다. 


특히, 같은 기간 20~30대 젊은 환자의 증가율은 33%를 넘어섰다. 비만과 호르몬 불균형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젊은 여성들도 더 이상 자궁내막암으로부터 안전하지 않게 됐다.




자궁내막암자궁내막암 (사진= 자료 이미지)


놓치기 쉬운 자궁내막암의 초기 증상들

자궁내막암의 가장 흔한 초기 신호는 바로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다. 폐경 후 출혈, 생리 기간이 아닌데 발생하는 부정 출혈, 그리고 성관계 후 출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밖에도 하복부의 지속적인 통증, 평소와 다른 질 분비물 증가, 특별한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등이 동반될 수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송희경 교수는 "자궁내막암은 에스트로겐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이 주된 위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에스트로겐이 과도해지면 자궁내막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결국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비만, 무배란 월경, 고령 출산 등이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상당수의 여성이 이러한 출혈을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기고 방치한다는 점이다. 송 교수는 "출혈량이 적더라도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반드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기 발견이 치료의 성패를 가르는 만큼, 몸의 작은 변화라도 무시하지 않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부비만 지속될수록 위험 ↑… 최대 6.21배

자궁내막암의 여러 원인 중에서도 특히 복부비만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 빅데이터 연구는 단순한 전신 비만보다 복부비만이 자궁내막암 위험을 훨씬 크게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비만 관련 국제학술지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국민건강검진을 4회 연속 받은 20~39세 여성 44만5,791명을 7년간 추적 분석했다. 그 결과, 건강검진에서 복부비만(허리둘레 85㎝ 이상) 진단을 받은 횟수가 많을수록 자궁내막암 발병 위험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부비만 진단이 한 번도 없었던 여성과 비교했을 때, 1회 진단 여성의 위험은 1.48배, 2회 진단은 2.36배, 3회 진단은 4.11배로 급증했다. 특히 4회 연속 복부비만 진단을 받은 여성은 무려 6.21배까지 위험이 치솟았다.


연구팀은 복부비만의 주범인 내장지방이 호르몬 대사를 교란시키고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을 유발해 암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이민경 교수는 "복부비만이 일시적일 때보다 지속될수록 자궁내막암 위험이 점진적으로 상승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특히 젊은 여성에게 복부비만은 단순히 체형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암 발생 위험 요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예방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운동운동 (사진= 자료 이미지)


조기 발견 시 5년 생존율 90%… 정기검진 생활화해야

자궁내막암은 질 초음파로 자궁내막의 두께를 확인하고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이후 MRI나 CT로 병기와 전이 여부를 판단한다. 치료는 자궁과 양측 난소, 난관을 제거하는 전자궁적출술이 기본이며, 병기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진행된 경우 방사선 치료와 항암요법이 병행된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자궁내막암 역시 조기 발견이 예후를 좌우한다. 조기에 발견할 경우 5년 생존율은 약 90%로 매우 높다. 하지만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된 4기에는 생존율이 20% 이하로 급락한다. 


최근에는 로봇수술이 활발히 시행되는데, 고화질 3D 영상과 정밀한 조작 덕분에 미세혈관과 신경을 보존하며 암 조직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송 교수는 "자궁내막암은 자궁경부암과 달리 국가 암 검진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젊을 때부터 체중을 꾸준히 관리하고 균형 잡힌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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