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금강산 등 유네스코 유산 활용한 남북 문화교류 메시지 전달해달라"
7년 만에 만난 김정은과 짧은 조우…경색된 남북 관계 현실 체감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80주년 중국 전승절 열병식 및 환영 리셉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5.9.3 (사진= 국회의장실 제공)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우원식 국회의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쇄 접촉하며 경색된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적극적인 평화 외교에 나섰다. 우 의장은 특히 푸틴 대통령을 통해 남북 문화교류를 제안하는 등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우 의장은 4일 베이징에서 현지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전날의 외교적 상황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전승절 열병식이 열리기 직전, 톈안먼 망루의 대기 장소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조우했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김 위원장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오랜만입니다. 7년 만이에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이에 김 위원장은 "네, 반갑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당시 김 위원장이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우 의장은 당시 현장 상황이 복잡해 김 위원장과 긴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는 아주 짧게 만났으며, 동선이 달라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7년 전 남북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현재 남북 관계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임을 현장에서 실감했다.
이런 때일수록 한반도 평화를 잘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 의장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같은 날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 리셉션 오찬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우 의장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먼저 "국회의장께서는 남북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우 의장은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곧 세계 평화와 직결되며, 우리 국민의 안전과도 연결된 중차대한 문제"라며 "푸틴 대통령께서도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데 깊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할 말이 있는가"라며 중재 의지를 내비치자, 우 의장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공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그 첫 단추로 '문화 교류'를 제안했다.
그는 올해 한국의 '울산 반구대 암각화'와 북한의 '금강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공동 등재가 결정된 사실과 내년 한국에서 유네스코 총회가 열린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회에 참석하는 인사들이 한국의 유산을 둘러보고, 평화의 상징인 금강산까지 함께 방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나 역시 금강산을 거쳐 원산 갈마까지 가고 싶다. 이런 평화의 염원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은 "잘 알겠다"고 답했다고 우 의장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우 의장은 러시아 내 130여 개 한국 기업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고, 푸틴 대통령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4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매체 특파원들과 만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상황을 설명하는 우원식 국회의장. (사진= 베이징 연합뉴스)
한편, 우 의장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를 나누며 "(올해 경주에서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다시 뵙겠다"고 말했고, 시 주석이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해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가 북한·러시아 등을 초청해 '반서방 연대'를 공고히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한국 국회의장의 참석이 자칫 편향된 외교적 메시지로 비칠 수 있다는 국내외의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우 의장은 이러한 시각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올해는 한국 광복 80주년이자 중국의 항전 승리 80주년으로, 양국 모두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싸워 독립과 승리를 쟁취한 공통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역사적 공감대가 양국의 유대감을 넓히는 뿌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한중 관계 발전을 중심에 두고 참석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열병식에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과 악수한 것에 대해서는 "미얀마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1,500여 명의 안전에 대한 관심을 요청했다"며 "다자외교 무대에서 상대가 먼저 청하는 악수를 거절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는 투사들과 연대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번 방중이 이재명 대통령의 특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이 대통령 특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대통령실과 소통은 있었지만, 별도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은 없었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를 통해 이번 방중이 대통령의 지시가 아닌, 입법부 수장으로서 독자적인 판단하에 이뤄진 외교 활동임을 분명히 했다.
– 저작권자 ⓒ 국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우창
기자
-
국민은 '찬성', 전문가는 '반대'… '독자 핵무장' 둘러싼 동상이몽
-
'채상병 영장 기각' 불똥, 조희대 사법부로… 민주당 공세 격화
-
트럼프, 韓·日·中 연쇄 정상회담…'투자 청구서' 내민다
-
이 대통령, CNN서 '줄다리기 외교' 구상 "북미 대화 환영, 한중 관계 관리"
-
'트럼프 회담 취소'에 美·EU '추가 제재'…러 "전쟁 행위" 강력 반발
-
테슬라 'AI5' 칩, 삼성전자도 참여... 실적 발표 후 주가 3.8% 하락
-
'집값'이 발목 잡았다…한은, 기준금리 3연속 2.50% 동결
-
'전자 기록' 열람은 위법수집증거인가?
-
'여자 아베' 다카이치, 아베 숙원 '전쟁 가능 국가' 드라이브
-
한미 관세 협상 '청신호'…미, '전액 현금 투자' 요구 사실상 철회
-
뇌졸중, 4.5시간의 골든타임! 1분 1초가 생명이다
국내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하는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세포가 손상되는 중증 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히면 1분마다 약 200만 개의 뇌세포가 손상되므로, 증상 발생 시 즉시 119에 신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경색과 뇌출혈…증상 나타나면 즉시 병원 찾아야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터지는 '뇌출혈'로 나뉜다. 국내 환자의 약
-
인천 복지 '숙원' 풀렸다... 사회복지회관, 2028년 학익동에 새 둥지
인천시(시장 유정복)는 '인천사회복지회관 이전 건립 사업'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천 시민과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현재 남동구 간석동에 위치한 사회복지회관은 1996년 준공돼 건물 노후화, 공간 협소, 주차 공간 부족 및 접근성 문제로 지역사회의 개선 요구가 컸다. 현재 28개 사회복지 기관·단체가
-
'100억 잭팟' 터졌다… 대구 'FIX 2025', 700만 달러 수출 계약 성과
대구시는 '2025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5)' 이틀째인 23일 엑스코에서 'FIX 혁신상' 수상기업 30곳에 대한 시상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미래 모빌리티, 로봇, AI 분야에서 '최고 혁신기술상' 9개 사와 '혁신상' 21개 사가 선정됐다. 최고 혁신기술상에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오토노머스에이투지(레벨4 자율주행차 '로이'),
-
KBS '서라벌 1000', 첨단 기술로 재현한 '가상 서라벌' 공개
KBS대구방송총국은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를 기념해 특별기획 '서라벌 1000'을 오는 26일 KBS 1TV를 통해 전국에 동시 방영한다고 24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경주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AI와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신라 왕경 유산의 모습을 '디지털 헤리티지' 형태로 선보인다. 디지털 헤리티지 전문가인 김지교 대표와 양정석
-
18~59세 3명 중 1명 '연금 사각지대'…정부, '노후 구멍' 메우기 착수
18세에서 59세 사이 국민 3명 중 1명이 노후에 국민연금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는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이나 사업 중단으로 보험료 납부를 유예한 '납부예외자'와 장기 체납자를 합친 '협의의 사각지대' 인원만 335만 명에 달했다. 여기에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까지 포함한 '광의의 사각지대'는 1천만 명에 육박했다.
-
尹 "상현에 얘기할게" 녹취록과 배치…특검, 尹부부 '정치자금법 위반' 기소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상현 의원이 김영선 전 의원의 '윤석열 캠프' 이력을 거론하며 힘을 실어준 정황이 확인됐다. 24일 확인된 2022년 5월 10일자 공관위 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윤 의원은 김 전 의원이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공헌한 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창원
-
APEC 계기 타결 '빨간불'…한미 관세협상, 핵심 이견 여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워싱턴DC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인천공항에서 24일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주 APEC 정상회의 계기 타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김 실장은 "(APEC 이전) 추가 대면 협상 시간은
-
'월급 떼먹는 사장' 철퇴… "밀린 임금, 3배로 갚아라"
오늘(23일)부터 근로자 임금을 고의로 체불한 사업주에 대해 체불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상습적인 임금 체불을 근절하기 위해 마련된 개정 근로기준법이 이날(23일)부터 본격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개정법은 '상습 체불 사업주'의 기준을 명확히 규정했다. ▲직전 1년간 3개월분 이상의 임금을 체불했거나 ▲5회
-
北 "극초음속 비행체 400km 성공" vs 韓 "350km, 변칙기동 없었다"
북한이 22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이달 초 공개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1마'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발사는 불규칙한 궤적을 그리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로 남한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이달 말 열릴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전날 새로운 무기체계인 극초음속비행체 두 발을
-
김건희 여사 재판, 핵심 증인 2인 증언 '주목'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김건희 여사의 공판이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증인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혐의를 부인했다. 명씨는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대가로 김 여사에게 총 58회(2억 7천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제공했다는 특검팀의 공소 사실에 대해 "총 14건을 전달했고 비공표 여론조사는
국일일보 © 국일일보 All rights reserved.
국일일보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