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피고인 측 정면충돌 속 ‘무작위 배당’ 시험대 오른 서울고법… 1월 중 재판부 윤곽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이 법안은 내란전담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연합뉴스
내란·외환 범죄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초로 예정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항소심을 맡을 재판부 구성 방식에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가결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기존 법안의 위헌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고등법원에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했다. 법안에 따르면 서울고법 판사회의가 전담재판부 구성 기준을 마련하고, 사무분담위원회가 그 기준에 따라 사무를 분담하면 법원장이 판사를 보임하는 절차를 거친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끝에 통과되고 있다. 이날 표결에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연합뉴스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 확보는 재판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핵심 쟁점이다. 특정 판사를 임의로 배치한다는 의구심을 차단하는 것이 사법부 신뢰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법안은 사후에 전담부를 지정하는 대법원 예규안과 달리 판사회의에 폭넓은 권한을 주고 있어, 기존 부패·선거 전담부처럼 사전 지정 후 전산 배당을 할지 혹은 새로운 무작위 방식을 도입할지를 두고 법조계의 견해가 갈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판사는 “재판부 진용만 짜두고 무작위로 돌리는 방식은 가능하지만, 법안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며 “결국 서울고법 판사회의가 내놓을 구체적인 배당 기준이 사법부 신뢰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고등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관련 대법원 예규를 논의하기 위해 전체 판사 회의를 열 예정인 22일 서울고법이 있는 서울법원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번 법안을 ‘사건 맞춤형 법관 배정’이라 비판하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헌법상 금지된 특별법원에 해당해 위헌적”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방침을 밝혔다.
만약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제청할 경우,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 절차가 전면 중단되어 심리가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안 시행 시점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항소심은 전담재판부의 적용 대상이 된다. 1심 선고는 내년 2월로 예상되며, 앞서 1월 16일 선고 예정인 ‘체포방해 사건’이 관련 사건으로 먼저 전담부에 배당될 수도 있다.
정치권이 사법부 자체 예규를 대신해 별도 법안을 강행하면서 입법부와 사법부 간의 긴장감도 고조되는 모양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해당 법안과 관련해 “전체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나, 법조계에서는 사법 중립성 논란과 재판 지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서울고법이 마련할 후속 대책이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을 결정지을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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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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