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개 기구 이탈 각서 서명… 러시아 ‘그림자 전쟁’ 맞선 유럽 방어력 약화 우려
미 해안경비대가 나포한 러시아 국적 유조선 미 유럽사령부 엑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6개 국제기구 탈퇴를 명시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가운데,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응하는 핵심 나토(NATO) 연계 조직까지 탈퇴 대상에 포함되면서 유럽 내 안보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8일(현지시간) 미국이 탈퇴를 결정한 국제기구 명단에 나토의 지원을 받는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센터(Hybrid CoE)'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해당 기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결코 떠나지 말았어야 할 유일한 조직"이라며 이번 조치가 서방의 대러 군사 대응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핀란드 헬싱키에 본부를 둔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센터는 나토의 요청으로 설립된 기구다. 현재 36개 회원국과 유럽연합(EU), 나토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러시아발 하이브리드 전쟁에 맞선 실전 훈련과 정보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9년간 사이버 공격, 해저 케이블 절단, 배후 불명의 화재 및 가짜 뉴스 유포 등 러시아의 '그림자 전쟁' 활동을 기록하고 경고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현지 언론은 미국이 러시아행 베네수엘라 연계 유조선을 나포하며 대외 강경책을 구사하는 시점에 정작 러시아의 비정형 도발을 저지하는 핵심 기구와 관계를 끊은 점을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문제 삼아온 유엔이나 기후변화 관련 조직을 넘어, 안보와 직결된 나토 연계 기구까지 탈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해당 기구가 과거 발표한 보고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센터는 과거 보고서에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개입한 것을 하이브리드 위협의 대표적 사례로 규정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국정 동력을 저해했던 '러시아 스캔들'과 맞닿아 있다.
블레이즈 메트러웰리 영국 비밀정보국(MI6) 국장은 최근 "러시아가 평화와 전쟁의 경계인 '회색 지대'에서 전술을 구사하며 서방을 시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전역에서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의 이번 이탈은 서방의 통합된 정보 공조 체제에 중대한 균열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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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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