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권한 없는 이임생이 감독 추천, 이사회 결정도 일방적” 패소 판결
경찰, 행정 처분과 형사 처벌 선 그어…스포츠윤리센터 “고의 아닌 직무태만” 변수
협회 1심 불복 속 피고발인 조사 지연…수사 동력 상실 우려 확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7일 공식 개관식이 열리는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취재진을 만나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2년째 답보 상태다.
사실관계가 이미 확인된 사안임에도 경찰이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는 사이,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정 회장과 홍 감독이 먼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수사 실익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2024년 7월 정 회장의 업무방해 및 업무상 배임 혐의 고발 사건을 배당받았으나, 현재까지 송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정 회장과 함께 피고발인 신분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임생 전 기술이사 등 협회 관계자들에 대한 처분 역시 미뤄진 상태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오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카메라를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관련자 추가 조사와 심도 있는 법리 검토가 필요한 단계”라며 수사가 장기화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찰의 입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미 2024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와 이후 진행된 행정재판 과정에서 수사 대상이 된 핵심 사실관계가 모두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월 대한축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낸 정 회장 중징계 요구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2024년 홍 감독 선임 당시 전력강화위원회가 후보자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명백한 위법성이 확인됐다고 명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전력강화위원장 사퇴 이후 권한이 없는 이 전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권을 임의로 넘겼으며, 이사회 역시 충분한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선임을 승인하는 등 절차적 하자가 엄존했다. 축구협회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기자회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사포판(멕시코 할리스코주)/연합뉴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정례 간담회에서 관련 고발 사건이 총 8건이라고 밝히며 “홍 감독 자체는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련 행정소송의 1심 판결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행정적 위법성과 형사상 처벌 기준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형사상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려면 정 회장이 위계나 위력을 행사해 협회 기관들의 업무를 방해하려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
실제로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2024년 해당 사안을 조사한 뒤 정 회장의 과오를 고의적 범죄가 아닌 ‘직무태만’으로 결론지었다. 정 회장이 당초 외국인 후보자 면담을 지시하는 등 홍 감독 선임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는 정황도 법리 적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문제는 수사 기간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경찰의 일반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64일, 복잡한 지능범죄도 평균 102일 수준이다. 이 사건의 경우 평균 처리 기간을 대폭 상회하며 이례적으로 장기화되고 있다.
수사가 표류하는 동안 핵심 피고발인들은 자연스럽게 퇴진 수순을 밟았다. 정 회장은 지난달 2026 북중미 월드컵 폐막 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이날, 홍 감독 역시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베이스캠프에서 사퇴를 발표했다.
한편 경찰은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홍 감독에 대한 신변 협박 게시글 등 위해 요소를 파악하고, 대표팀 귀국 현장에서 돌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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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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