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재판 신뢰 높일 것" vs 법원 "불필요한 재판 반복 초래"
중소기업·사회적 약자 보호 기능 상실 및 분쟁 장기화 논란
김용민 소위원장이 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첫 문턱을 넘었다. 사법부의 최종 심급인 대법원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취소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사실상의 '4심제' 도입에 따른 법조계의 파장이 거세다.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11일 회의를 열고 재판소원 제도를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의결했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법안을 주도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법원의 확정판결이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면 언제든 다시 판단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소원 도입은 법원이 재판을 더욱 신중하고 꼼꼼하게 진행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 궁극적으로 사법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대체토론 발언권을 요구하며 의사진행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사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대법원은 헌법 제101조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한다'고 명시한 점을 들어 이번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을 넘어선 불복 절차를 허용하는 것은 헌법이 설계한 3심제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헌법 해석의 최종 권한은 헌재에 있으며, 헌재는 이미 재판소원이 합헌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맞섰다.
실무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의 우려도 깊다. 소위에 참석한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경제적 강자가 재판소원을 분쟁을 질질 끄는 도구로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가령 중소기업이 수년간의 소송 끝에 기술 탈취 분쟁에서 이기더라도, 대기업이 재판소원을 제기해 시간을 끌면 결국 중소기업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 차장은 "누군가 만족할 때까지 재판을 계속하는 시스템은 당사자의 생활을 파괴하는 '소송 지옥'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선 법관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인용률이 지극히 낮을 것임에도 권리 구제가 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국민에게 희망 고문을 주는 꼴"이라며 "헌재가 현재 인력으로 쏟아지는 재판소원 사건을 감당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역시 이번 사태를 '사법 장악'으로 규정했다. 나경원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확정된 판결조차 정치적 의도에 따라 뒤집겠다는 시도"라며 "이는 사법부 독립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사법 장악의 완성"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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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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