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공 침범 표현으로 ‘주권 침해’ 명분 쌓기... 노동신문엔 미게재
전문가 “한국 사과 수용에 따른 내부 선전 부담 작용한 듯”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무인기 사건 유감 표명에 대해 비교적 상식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실질적인 재발 방지 보장책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새해 초 발생한 반공화국 무인기 침입 사건에 대해 정 장관이 공식 유감을 표명한 것을 두고 다행이라며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 10일 저녁 명동성당에서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 축사에서 “이번에 일어난 무모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하여 북측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부부장은 한국 당국의 유감 표명을 행동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영공 침범 재발을 막을 실질적인 물리적·제도적 담보 조치를 강구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무인기 침입 행위의 주범이 개인인지 민간단체인지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며 “중요한 것은 중대한 주권 침해 행위가 한국발로 감행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부부장은 재발 시에는 기존의 대응 원칙인 비례성을 초월한 혹독한 군사적 타격이 뒤따를 것임을 시사하며 무력 보복 가능성까지 열어두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이번 담화에서 김 부부장이 ‘영공 침범’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설정하려는 북한의 기존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에서 유감 표명은 주권 침해에 대한 국제법적 인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현재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의 단계적 복원을 추진 중이다. 특히 무인기 비행금지구역(MDL 기준 동부 15km, 서부 10km) 설정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이것이 북한이 요구하는 재발 방지책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눈여겨볼 대목은 이번 담화가 대내 매체인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을 적대국으로 세뇌해온 북한 당국이 한국의 유감을 수용하는 유화적 태도를 주민들에게 노출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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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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