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 역대 최고 기온 경신, 폭염 경보 속 수난 사고 잇따라
'50도 안팎' 남아시아 열사병 사망자 급증… 정전과 식수난 이중고
유엔 기후 수장 "석탄·석유 중독이 부른 기후 위기의 잔인한 경고"
스페인 마드리드 도심에서 양산을 쓰고 걸어가는 시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에 기록적인 5월 폭염이 찾아오면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인도 등 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난에 식수 및 전력 부족, 폭염까지 겹치면서 열사병 등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AFP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런던 큐 가든의 기온이 섭씨 35.1도까지 치솟으며 5월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앞서 25일 밤에는 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역대 가장 이른 열대야를 기록했다. 현재 영국 잉글랜드 전역에는 폭염 건강 경보가 발령 중이다.
프랑스 역시 폭염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 25일 남서부 랑드에서 37.1도, 26일 서부 라로슈쉬르용에서 35.8도를 기록했다. 프랑스 기상청은 향후 기온이 최고 39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보하고, 서부 8개 데파르트망에 폭염 주황색 경보를 발령했다.
프랑스 파리 도심에서 더위를 식히는 시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폭염 속에 수난 사고 등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영국에서는 지난 24일부터 각지의 바다, 강, 호수 등에서 총 9건의 익사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 중 7명은 아동·청소년이었다. 이에 영국 왕립인명구조협회(RLSS)는 "기온이 25도가 되면 우발적 익사 위험이 5배 증가한다"며 수상 안전 경보를 발령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도 사망 사고가 이어졌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며칠간 폭염과 관련해 익사 5건을 포함해 총 7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보건 당국 역시 북부 바스크 지역에서 최소 14명이 극심한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인도 타지마할 찾은 관광객들. 사진=AP/연합뉴스
반면 냉방 기구 시장은 무더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영국 전자제품 유통업체 커리스의 선풍기 등 냉방 제품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758% 폭증했다. 백화점 존 루이스 역시 냉방 제품 매출이 800%, 어린이용 풀장 판매량이 전주 대비 700% 늘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유럽 폭염의 원인으로 북아프리카에서 북상한 뜨거운 공기가 서유럽 상공의 고기압 시스템에 갇힌 '열돔(Heat Dome)' 현상을 지목했다.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최근 유럽 폭염은 인간과 경제 모두에 가해지는 기후 위기의 영향을 잔인하게 일깨워준다"며 "세계가 석탄, 석유, 가스를 태우고 숲을 파괴하는 행위에 중독된 것이 주범"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동 전쟁으로 화석 연료 수입 의존에 따른 비용이 가중된 상황에서 폭염까지 발생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폭염에 물 마시는 인도인. 사진=AP/연합뉴스
이상 기후의 영향은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한 남아시아 지역에 더욱 가혹하게 작용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지에서는 중동 전쟁발 에너지난에 폭염이 겹치며 온열질환 사망자와 정전 사태가 잇따랐다.
낮 최고 기온이 50도 안팎까지 치솟는 인도에서는 최근 텔랑가나주에서 16명, 안드라프라데시주에서 21명 등 최소 37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인도 서부 라자스탄주 등 일부 지역은 낮 최고 기온이 48도를 넘어섰고, 지난주 전력 수요는 사상 최고치인 270GW를 기록해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라자스탄주에서는 물 부족으로 소들이 폐사했으며, 주민들은 물을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우물 앞에 줄을 서고 있다.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한 마을에서는 갈라진 강바닥에서 나오는 진흙물을 식수로 쓰는 실정이다. 인도 기상청은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대륙 전역에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글라데시 역시 지난달 말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았다. 세계 2위 의류 제조국인 방글라데시는 중동 전쟁의 여파로 심각한 전력 차질을 겪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고비용의 자가발전기 가동을 최소화하면서 작업장 내 냉방기 작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늘었다. 이로 인해 많은 의류 공장 노동자들이 극심한 무더위 속에서 경련과 실신 증상을 호소하며 고통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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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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