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도 수학여행도 눈치보기 끝"... 꽁꽁 얼어붙은 학교 현장, '교사 보호망' 가동한다

이우창 기자

등록 2026-05-28 15:56

지난해 서울 초등학교 수학여행 실시율 단 7.7%... 이재명 대통령 지시 후 대책 급물살

경찰청 수사지침 개정 유도해 무분별한 기소 방지... 학부모 수용성 고려한 현실적 절충안

강원 속초 사고 재판 등 교직원 심적 부담 해소... 공교육 체험학습 정상화 가시화



경포해수욕장의 수학여행 학생들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30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에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상반기부터는 수학여행을 비롯한 현장체험학습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인솔 교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와 함께 사고 발생 시 즉시 전담변호사를 지정해 법률 상담부터 소송 대응까지 교육청이 전 과정을 일괄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 포함되는 학교 안전사고 대상은 수학여행을 포함해 운동장 체육활동, 실험실 실습 등 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 전반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현행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의 면책 조항 개정이다. 개정안은 학교장과 교직원, 보조인력이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현저히 위반하는 등 고의 또는 중과실을 저지른 경우를 제외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도록 규정했다. 현행법이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에만 면책을 인정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점을 보완한 것이다. 교육부는 국회와 조속히 협의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개정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현장체험학습 지원방안 발표하는 최교진 교육부 장관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안전사고 책임 부담으로 최근 현장체험학습이 크게 축소되어 우려를 낳고 있다"며 "교사들이 가장 요구했던 면책 조항을 법률안에 명확히 반영한 만큼, 내년 교육과정 수립 시점에는 체험학습 활성화가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 수련회 및 수학여행 실시율은 대전 4.0%, 서울 7.7%, 경기 9.7%, 인천 13.6% 등으로 매우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 지원방안 마련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가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소풍과 수학여행이 위축되는 현상을 개선하라'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고, 이후 제도 개선 논의가 물살을 탔다. 교육부는 교원 및 학부모 단체 등과의 대토론회와 간담회, 시도교육청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조율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사 및 기소 단계부터 고의·중과실 면책 취지가 반영되어 실제 기소 건수가 급감할 것"이라며 "재판으로 이어지더라도 수사기관이 교사의 고의·중과실을 직접 입증해야 하므로 교사를 위한 실질적인 법적 보호 근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역시 법 개정 취지에 맞춰 범죄 혐의 성립이 어려운 안전사고 사건은 신속히 종결하는 내용의 별도 수사 지침을 조만간 마련할 예정이다.


일부 교원단체가 요구한 '안전사고 완전 면책'이 제외된 데 대해 교육부는 "교사를 가장 두텁게 보호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회 입법 가능성과 학부모들의 수용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선의 절충안"이라고 밝혔다.



한국·강원교총, 체험학습 사고 인솔 교사 2심 판결 기자회견교원단체 관계자들이 강원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관련 2심 판결 이후 법원 앞에서 실질적인 교사 보호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브리핑에서는 지난 2022년 11월 강원 속초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사망 사고에 개정안이 적용됐다면 판결이 달라졌겠느냐는 질의가 나왔다. 당시 현장체험학습 중 후진하는 버스에 치여 학생이 숨지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담임교사는 2심에서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에 최 장관은 "판결이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법부의 판단을 미리 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동시에 교사 보호를 위한 법률 지원 체계도 대폭 보강된다. 기존에는 소송 단계에 이르러서야 가능했던 법적 지원을 사고 발생 초기 단계로 앞당긴다. 사고 즉시 교육청 전담팀이 현장 수습을 지원하고, 전담변호사가 지정되어 법률 상담부터 소송 대응까지 교육청 차원에서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교원보호공제사업을 통한 소송비용 및 배상 책임 지원 규모도 확대된다. 현재 시도교육청별로 소송 시 최대 660만 원을 지원하고, 배상 책임 지원 한도는 기존 2억 원에서 2억 5000만 원으로 상향한 상태다. 교육부는 지원 한도를 추가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학교 현장체험학습 논의 위해 교원단체 만난 최교진 장관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교원단체 간담회에서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설명하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장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보조인력 배치 기준도 강화된다. 기존 '학생 50명당 1명'이던 배치 기준을 '학급당 1명'으로 넓힌다. 소방청 등과 협업해 응급구호 역량을 갖춘 보조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의 전문성 함양을 위한 온라인 연수 과정도 신설한다. 교육당국은 전국 약 5000명 규모의 보조인력 풀을 개별 학교가 손쉽게 구인하고 매칭할 수 있도록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사전 안전 예방 조치와 교사의 행정 부담 경감책도 함께 도입된다. 제주·경주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안심수학여행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행정업무 대행을 위해 전국 교육지원청에 전담 인력 200명을 추가 배치한다. 이로써 전담 인력은 기존 30명에서 대폭 늘어 교육지원청별로 최소 1명 이상 상주하게 된다. 아울러 민간 전문업체가 숙식, 교통, 안전관리까지 일괄 담당하는 '현장체험학습 패키지 상품' 활성화를 위해 관련 업계와의 업무 협의를 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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