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연초 대비 81% 폭등…1999년 이후 최고 상승률 기록
빅테크 기업 올해 AI 설비투자에만 993조 원 투입 예고하며 '강세장 지속' 전망
마이클 버리 등 시장 비관론자 "PER 21배 과열, 닷컴 버블 직전 상황과 판박이" 경고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AFP/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사의 이례적인 주가 고공행진 속에 시장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열풍의 거품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 4~5월 두 달간 69% 급등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81%에 달해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반도체주의 강세에 힘입어 S&P 500 지수는 5월 한 달간 11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연초 대비 11% 올랐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6% 상승했다.
이번 상승세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견인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의 주가가 올해 들어 3배 이상 폭등한 것을 필두로, SK하이닉스(258%)와 삼성전자(164%) 역시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플래시 메모리 업체인 샌디스크가 600% 폭등한 것을 비롯해 델, 인텔, 시게이트 등 관련 기업들도 200%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 역시 올해 13% 상승하며 시가총액 5조 달러(약 6천850조 원) 선을 유지했다.
특히 메모리 3사의 시가총액 급증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가 지난 6일 시총 1조 달러(약 1천370조 원)를 돌파한 데 이어,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도 각각 지난 26일과 27일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미 인디애나주의 아마존 데이터센터.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시장에서는 이번 랠리의 지속 여부를 두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IB)들은 견조한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증시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아마존, 메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4대 빅테크 기업은 올해 AI 인프라 구축 등에 최대 7천250억 달러(약 993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스티브 키아바로네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 CIO는 "현재 장기 강세장의 중간 단계에 있으며 버블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벤 스나이더 골드만삭스 전략가 역시 "투기적 과열이나 이익률 수축 등 강세장 종료 신호가 없다"며 상승세 지속을 전망했다.
반면 닷컴 버블 당시와의 유사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한 마이클 버리와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 폴 튜더 존스 등 월가의 거물들은 현재 상황이 1999년 말 닷컴 버블 직전의 과열 양상과 닮아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월가의 뉴욕증권거래소. 시진=AFP/연합뉴스
현재 S&P 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1배로, 30년 평균치인 17배를 상회한다. 에드 오고먼 리버웰스 어드바이저 CEO는 "반도체 업종의 높은 변동성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의 무분별한 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이번 메모리 수요 폭증이 AI 혁명에 따른 구조적 변화인지, 아니면 일시적 사이클인지 여부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호황과 불황의 진폭이 극심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2022년 팬데믹 특수로 87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이듬해 공급 과잉으로 58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AI 시대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등장으로 기존의 가치평가 공식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BM은 고난도 공정으로 인해 공급이 제한적이며, 장기공급계약(LTA) 비중이 늘어나 업황의 급격한 변동을 완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내년 DRAM 출하량의 최대 30%가 장기공급계약으로 묶일 전망이다.
조리 노데카에르 폴라 캐피털 대표는 "HBM으로의 진화로 공급 구조가 개선되었고 수요 또한 견고하다"며 "장기공급계약 구조 도입으로 불황기 가격 변동성이 줄어들며 안정적인 생산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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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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