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이란·세네갈 등 본선 진출하고도 미국 경기 관람 불가
영사관 폐쇄·비거주자 거절… 전쟁 여파에 이라크 팬들도 좌절
변호사 "FIFA·미 정부·국경보호국 엇박자 속 비자가 사실상 장벽 역할"
미국 캔자스시티 국제공항에 마련된 2026 북중미월드컵 환영 광고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개최지로 쏠리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과 중동 정세 불안의 영향으로 축구 팬들의 미국 입국이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이 지난 7일(현지시간) 자사 월드서비스 여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4분의 1 이상이 미국의 입국 금지나 비자 심사 강화 조치로 인해 입국에 차질을 빚는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이티, 이란,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등의 국가는 자국 대표팀이 본선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미국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미국 정부가 이들 국가 국민에게 월드컵 관람에 필요한 비자 발급을 전면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자 신청 자체는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길이 막힌 국가도 있다. 미국 정부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안보 우려를 이유로 이라크 내 영사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이라크 국민이 자국 내에서 미국 비자를 발급받을 방법은 사실상 차단됐다.
이라크 축구팬 압둘라 아드난은 지난 3월 자국 대표팀이 1986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직후 경기 티켓을 구매했으나 결국 미국행을 포기했다. 그는 비자를 받기 위해 인접국 요르단으로 이동해 현지 미 대사관에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요르단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발급을 거절당했다.
비자 발급 대상국 팬들 사이에서도 형평성 논란이 일며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 등 일부 선진국 국민은 미국과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따라 전자여행허가(ESTA) 신청 후 40달러의 수수료만 지불하면 입국할 수 있다. 반면 ESTA 대상이 아닌 국가의 국민은 185달러의 비자 신청 수수료를 내야 하며, 대면 인터뷰 등의 까다로운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
복잡한 절차를 통과하더라도 입국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뚜렷한 사유 없이 비자 발급이 거절되거나 미국 공항에 도착한 후 입국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요르단 축구팬협회장인 아부 카스는 비자 발급을 위해 42건 이상의 증빙 서류를 준비해 미 대사관에 제출했으나 끝내 거부 처분을 받았다. 카스는 "팬협회장조차 비자를 받지 못하는데 도대체 누가 입국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번 월드컵은 우리를 위한 축제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이민 전문 변호사 셀린 아탈자는 비자가 월드컵의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탈라 변호사는 "경기 티켓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판매하고, 비자 발급은 미국 정부가 통제하며, 최종 입국 허가는 세관국경보호국(CBP)이 결정하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수많은 축구팬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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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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