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UAE "2주 내 생산 복구"…사우디 초대형 유조선 해협 통과 개시
고유가·인플레 압력 완화 기대감, 국제 유가 배럴당 79달러 선서 추가 하락 전망
에너지난 겪던 아시아 정유업계 즉각 수혜…수요 둔화 속 공급 과잉에 따른 업계 충격 우려도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사진=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 수순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중동 에너지 업계는 유전 재가동과 수출 정상화를 위한 대규모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서명한 이번 합의는 중동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 복구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가스 플레어링(연소) 등 유전 가동 신호가 위성 데이터로 감지될 만큼 대대적인 조업 재개가 예상된다.
파트릭 푸얀 프랑스 토탈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프랑스 의회에 출석해 "해협이 진정으로 개방되면 향후 6개월 이내에 시장 전체의 정상 운영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생산 재개는 걸프 국가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원유 공급이 정상화되면 에너지 가격이 안정돼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된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미국 내 연료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최저 수준으로 바닥난 전략비축유를 재충전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전쟁 기간 걸프 지역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약 1,500만 배럴가량 급감했다. 이는 개전 직전인 지난 2월 대비 60%나 폭락한 수준으로, 이로 인해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6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 에너지는 이번 전쟁 중 이란의 공격으로 중동 정유시설과 송유관 등 주요 에너지 인프라가 입은 피해 규모를 약 420억 달러(약 64조 6000억 원)로 추산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핵심 산유국들은 원유 공급망의 빠른 복원을 자신하고 있다. 양국 당국자들은 개전 초기부터 유전 폐쇄를 단계적으로 조절해 압력을 유지해 온 만큼, 2주 안에 이전 생산량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18일 사우디의 초대형 유조선(VLCC) 3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물꼬를 틔웠다.
이자크 역시 유전의 정상 운영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바심 모하메드 이라크 석유장관은 국영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유전들이 생산 재개 준비를 마쳤으며 점진적으로 정상 생산량을 복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라크 국영 석유마케팅사(SOMO)는 고객사들에 원유 화물 선적을 위한 유조선 지정을 요청한 상태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정상 가동을 위해서는 후속 조치가 필수적이다. 국제유조선선주협회(인터탱코)는 안전한 통항을 위해 신속한 기뢰 제거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주들의 운항 기피, 이란의 해협 통행료 부과 가능성, 그리고 종전 협상의 불안정성 등은 정상화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반면 위험을 감수하는 선주들에게는 높은 수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걸프 지역의 원유 수송을 완전히 복원하려면 약 140척의 초대형 유조선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중개업체들은 현재 유조선 용선료가 하루 60만 달러(약 9억 2000만 원)를 상회하며, 이는 지난해 평균보다 최소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원유 공급이 본격화되면 아시아 지역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전쟁 중 원유 부족으로 정유시설 가동을 줄이고 주 4일 근무제 등 에너지 절약 조치를 취해야 했던 일본과 베트남 등 아시아 정유사들은 이미 중동 원유 구매 제안을 수없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 시장 전문가들은 공급 충격이 해소되면 시장이 다시 공급 과잉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현재 배럴당 79달러 수준인 국제 유가의 추가 하락 전망이 힘을 얻는 반면, 전쟁 기간 소진된 각국의 비축유 재충전 수요는 유가 하락 폭을 제한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원자재 기업 트라피구라의 사아드 라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조속한 시일 내에 전쟁 전 물동량의 최소 50%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며 "원유 생산업체와 정유사들은 가동률을 극대화해 생산량을 신속히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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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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