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과 지옥 오가는 K-증시, 반도체 독주와 파생상품 결합이 만든 '괴물 변동성'

이우창 기자

등록 2026-06-26 15:28

26일 유가증권시장 서킷브레이커 발동… 올해만 벌써 5번째 작동으로 시장 마비

반도체 투톱 등락률을 2배 추종하는 단일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변동성 증폭기 역할

"과도한 패닉 셀 자제해야" 지적 속 일각에선 체질 개선 및 제도 보완 목소리



코스피·코스닥 하락 출발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7.12포인트(1.31%) 내린 8,813.18에, 코스닥은 0.38% 내린 884.43에 개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마이크론의 실적 호조로 강세를 보였던 국내 증시가 다시 한번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내며 급락했다. 하루에 4~5% 이상의 급등락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장세가 이어지자, 시장에서는 국내 증시가 구조적인 변동성의 덫에 걸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21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05.40포인트(6.78%) 하락한 8,324.90을 기록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117.12포인트(1.31%) 내린 8,813.18로 출발한 뒤, 오전 10시 30분을 기점으로 낙폭을 급격히 키우며 장중 한때 8,126.84(-9.00%)까지 밀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주가 급락으로 오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데 이어, 오후에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어 20분간 매매가 중단됐다. 유가증권시장의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지난 23일 이후 불과 3일 만이다. 이는 역대 11번째 발동이며, 이 가운데 올해 발생한 사례만 5건에 달한다. 전날 마이크론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코스피가 5.42% 급등하며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하루 만에 시장의 흐름이 극단적으로 뒤집힌 셈이다.


코스피의 최근 변동성은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비정상적이다. 이달 19거래일 중 종가 기준 등락률이 4% 이상인 날이 8거래일에 달하며, 이 가운데 3거래일은 하루 등락률이 8%를 초과했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910.71포인트가 폭락하며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급락은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빅테크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영향이 컸다. 애플이 메모리 반도체 품귀를 이유로 전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차세대 칩 로드맵을 수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 투매를 촉발했다. 애플의 가격 인상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고가 부품 비용 압박을 이기지 못한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등 설비투자(CAPEX)를 감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도미노 투매로 연결됐다.


그러나 이날 코스피의 낙폭은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크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4.92% 하락 중이며, 한국과 유사하게 반도체 업종 비중이 높은 대만 가권지수는 3.27% 하락에 그쳤다. 중국 상해종합지수(-2.22%)와 홍콩 항셍지수(-1.95%) 역시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이 같은 과도한 변동성의 원인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대형주로의 극단적인 쏠림 현상을 지적했다. 전일 장 마감 기준 두 종목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57.11%에 달한다. 이들 종목이 하루 10% 안팎으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기초자산의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상품이 대거 가세해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메가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두 종목은 이날도 각각 7%와 9%대의 급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2거래일간 코스피가 약 8.9% 반등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업종에만 매수세가 집중됐던 것에 따른 기술적 매물 출회도 낙폭을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지난 24일 장중 97.78까지 치솟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장중 한때 93.21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의 폭락이 펀더멘털의 훼손보다는 수급적 요인에 의해 증폭된 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메모리 수요 감소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실질적으로는 특정 업종에 대한 쏠림 현상과 이에 따른 수급 변동성 확대가 오늘 급락의 대부분을 설명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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