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모로코까지…부패한 권력에 맞선 청년들의 글로벌 연대
지난 9월 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의회 건물 앞에서 학생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연합뉴스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의 분노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대륙을 가리지 않고 청년들은 소셜미디어(SNS)를 무기로 기득권의 부패와 경제적 불평등에 맞서고 있다.
지난 9월 9일 네팔 카트만두 싱하 두르바르 행정단지 앞에 시위대가 모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 의원 특혜와 SNS 통제에 분노 폭발
지난 8월 인도네시아에서는 하원 의원들이 1인당 월 430만 원 상당의 주택 수당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번진 시위는 10명의 사망자를 낳았고, 결국 정부와 의회는 특혜 폐지와 내각 개편을 단행했다.
네팔에서는 정부가 유튜브 등 26개 SNS 접속을 차단하자 폭동에 가까운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다. 이는 특권층의 부패와 계속되는 경제난에 좌절감을 느끼던 Z세대의 분노에 불을 지핀 격이 됐다. 이틀간 이어진 시위로 경찰 3명을 포함해 72명이 숨지고 2천여 명이 다쳤다.
지난 9월 2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시위 도중 참가자들이 불타는 오토바이 앞에서 주먹을 치켜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외에도 동티모르에서는 국회의원에게 고가의 SUV 차량을 지급하려는 예산 편성에 대학생들이 반발했고, 필리핀에서는 홍수 예방 사업 비리가 발각되면서 정치권 전체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의 불길, 남미·아프리카로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도 Z세대가 주도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파라과이에서는 청년들이 '우리가 99.9%다'라는 구호 아래 거리로 나와 공공 서비스 부실과 부패를 비판하며 예산 투명성을 요구했다. 페루에서도 청년들이 연금 가입 의무화와 고용 불안정에 항의하며 정부를 규탄했다.
지난 9월 28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시위 도중 시위 참가자들이 펜스를 무너뜨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잦은 단수와 단전에 항의하는 청년층 시위가 발생했다.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최소 22명이 숨졌음에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모로코에서는 정부가 월드컵 유치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자, 청년들이 교육과 의료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 9월 29이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위의 동력: 경제적 불평등과 SNS
각국 시위의 직접적인 계기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이 부패한 특권층에 느끼는 분노가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높은 실업률과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 만연한 권력층 부패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지난 9월 28일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 EPA=연합뉴스
이번 시위들은 특정 정당이나 노조의 주도 없이, Z세대가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조직했다는 특징을 보인다. 파라과이, 페루, 모로코 등 현장에서는 정당의 깃발 대신 SNS를 통해 뜻을 모은 청년들이 시위를 이끌었다.
이들은 틱톡 등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국경 없이 메시지를 공유하며, 기성 정치 질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저작권자ⓒ 국일일보, 무단전재•재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금지]
이우창
기자
-
'검사 항명' 총공세 펴던 민주당, 대통령 순방에 '숨 고르기'
-
민주당, '내란 재판부' 정조준… "배당 경위 낱낱이 밝혀라"
-
日 총리, '핵 반입' 금지 풀까… '비핵 3원칙' 재검토 시사에 거센 후폭풍
-
'전작권 전환' 가속도…한미, '국방비 증액·무기 구매' 빅딜
-
"대만은 레드라인"… 中, 日총리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사 초치
-
'대장동 항소 포기' 파문 확산… 국민의힘 "명백한 국기문란"
-
"문자 암호화 뚫렸다" 국정원 경고… KT, 악성코드 감염도 '은폐 의혹'
-
일본 여행 비싸진다… '출국세·비자비' 대폭 인상 추진
-
"李 대통령 탄핵까지 싸우겠다"…국민의힘, '대장동 항소 포기' 총공세
-
고용률 '역대 최고'의 그늘… 청년층 18개월째 '내리막'
-
'용산서울코어' 10년 만에 본궤도… 2030년 입주 목표
서울 용산 일대를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개발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서울코어)' 도시개발사업이 개발 계획 검토 10년 만에 이달 말 첫 삽을 뜬다. 서울시는 오는 27일 용산구 한강로3가 40-1 일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민 등 약 5천 명이 참석하는 기공식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 2월 개발계획안을 발표했으며, 오는 20일
-
'12·3 내란 사태' 1년, 새해 벽두 '사법부의 시간'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관련자들의 내란 재판 선고가 임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재판 변론을 2025년 1월 12일 종결할 계획이다. 재판부가 2월 말 법관 정기인사 전 선고 방침을 밝혀, 이르면 2월 내
-
노만석, '항소 포기' 사태 안고 퇴임…"후배 검사 징계 멈춰달라"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4일 퇴임식을 열고 검찰을 떠났다. 당초 퇴임사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노 대행은 퇴임사에서 "'수사와 공소유지'가 갖는 엄중한 의미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
법원, 황교안 영장 기각… "증거 상당 부분 수집"
내란 선동 등 혐의로 체포됐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4일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의 필요성이 부족하고,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 등 구속 사유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한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증거가 상당 부분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황
-
날벼락 맞은 부천 제일시장... 시, '신속 지원·피해 복구' 총력
지난 13일 오전 10시 54분경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60대 남성이 몰던 1t 트럭이 시장 골목으로 돌진해 2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부천시는 14일, 이 사고와 관련해 유족, 부상자, 시장 상인들의 피해 지원을 위한 현장 대응반을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시는 사고 발생 직후 즉각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
"구청장님 응원은 공무?"…광주 북구청, '백댄서 출장' 파문
광주 북구청 여성 간부 공무원들이 KBS 전국노래자랑 무대에서 문인 구청장의 백댄서 역할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인다. 이들은 평일 근무일에 열린 녹화에 참석하기 위해 '공무 목적 출장'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일 동강대학교에서 열린 '광주 북구편' 녹화에서 문인 구청장은 무대에 올라 '아파트'를 불렀다. 이때 일부 국·과장급 여성 공무원
-
미국의 '중국 조선업 견제' 1년 유예… 한미 동맹 '빨간불'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 10월 14일부터 시행했던 중국 조선업 대상 조치(입항 수수료 부과 등)를 미중 무역 합의에 따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이 한미 조선업 협력을 통한 미국 조선업 재건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제임스 김 스팀슨센터 국장은 한미경제연구소(KEI)
-
제3연륙교 '청라하늘대교' 명칭 확정… 서구 '수용' vs 중구 '반발'
인천시는 12일 지명위원회를 열어 영종도와 육지를 잇는 제3연륙교의 공식 명칭을 '청라하늘대교'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지난 7월 재심의 요청에 따른 재검토 결과다. 시는 '청라하늘대교'가 서구 '청라'와 중구 '하늘'을 결합해 양 지역의 정체성을 담고 있으며, 행정 일관성과 상징성 측면에서 기존 의결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
'배보다 배꼽'…미 1센트 동전, 232년 만에 생산 중단
12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조폐 시설에서 마지막 유통용 1센트(페니) 동전 생산이 이뤄졌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 비용이 액면가보다 크다는 이유로 생산 중단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센트 동전 1개당 생산 비용이 1.69센트로 액면가를 초과한다며 재무부에 신규 생산 중단을 지시했다. 미 재무부는 생산
-
'싹 다 잡아들여라'…홍장원, 尹 내란 재판 증언대 선다
1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혐의 속행 공판에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이어 두 사람의 세 번째 법정 대면이다.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이번 재판은 헌재 탄핵심판 이후 열리는 형사재판으로, 법적 증거 기준이 더 엄격해 관심이 쏠린다. 홍
국일일보 © 국일일보 All rights reserved.
국일일보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