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집권 중추에서 헌정 질서 파괴 책임까지... 수사·정보 기능 쪼개 ‘정치 개입’ 원천 차단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의 홍현익 분과위원장이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방첩사 해체 방안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물어 국군방첩사령부가 창설 49년 만에 간판을 내린다. 단순한 조직 개편인 ‘해편’을 넘어, 기능을 전면 분산하는 사실상의 해체 수순이다. 정치 개입 논란 때마다 명칭을 바꿔왔으나, 이번에는 단일 기관의 기능을 여러 조직으로 분산해 권력 집중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국방부 민관군 합동 자문위원회는 8일 방첩사를 해체하고 기존 기능을 국방부 내 여러 조직에 분산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안보수사, 방첩정보, 보안감사 등 집중되었던 권한을 쪼개어 서로 다른 부처로 이관하고, 논란이 된 동향조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것이다.
방첩사의 모태는 1977년 통합된 국군보안사령부다. 10·26 사건 이후 정보 권력을 장악하며 12·12 사태와 신군부 집권의 중추 역할을 했던 보안사는 1990년 윤석양 이병의 민간인 사찰 폭로로 거센 비난을 받자 1991년 국군기무사령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후 2018년 세월호 유가족 사찰과 계엄령 문건 논란으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2022년 다시 국군방첩사령부로 개편되었으나 조직의 핵심 기능은 온전히 유지되어 왔다. 이번 해체 결정의 결정적 계기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보여준 헌정 질서 파괴 행위다.
여인형 전 사령관이 정치인 체포를 지시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는 등 방첩사가 계엄 수행의 실행 부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명칭 변경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출범 초기부터 해체 방침을 시사해 왔다.
자문위의 개편안에 따르면 기능별 이관안에 따르면 수사권은 국방부조사본부로, 정보 수집 기능은 국방안보정보원(가칭)으로 분리된다. 보안감사는 중앙보안감사단(가칭)에 맡겨 상호 견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찰 논란을 빚은 동향조사는 폐지해 독소 조항을 제거하기로 했다.
자문위 관계자는 "과거의 개편이 인적 쇄신과 제도적 통제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기능을 물리적으로 분리하여 과도한 권한을 분산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세부적인 조직 조정을 거쳐 연내 방첩사 해체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반세기 동안 정권의 보위 기구라는 오명을 썼던 방첩사가 해체됨에 따라, 군 정보기관이 민주적 통제 아래 안보 지원이라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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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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