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대가는 없다던 미국, '민간 투자' 명목 아래 이란 재건 자금 우회 지원 돌입
"명칭만 다를 뿐 사실상 배상금"…이란의 아전인수식 해석에 미 행정부 '곤혹'
한국·일본 기업도 관심 표시…제재 완화 연동된 사상 최대 민간 펀드 실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도착하며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의 최종 종전 합의와 핵 협상 동의를 전제로, 민간 기업 중심의 3000억 달러(약 454조 원) 규모 재건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미국은 합의 대가로 이란에 직접 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민간 투자 기금' 형식을 빌려 사실상의 자금 지원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이란 내부에서는 이를 미국의 '전쟁 배상금'으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미국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종전 협상 과정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와 함께 3000억 달러 규모의 재건기금 조성이 논의되었다고 보도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 또한 CBS 인터뷰에서 "이란이 의무를 이행하면 해당 기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재건기금 조성 논의를 사실상 인정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재건기금은 양해각서(MOU)의 일부로 명시되어 최종 합의가 타결되어야 실행될 예정이다. 양국은 MOU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우선 개방한 뒤,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한과 대이란 제재 완화 등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즉, 기금 조성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와 핵합의 타결이 완료되는 종전 최종 단계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다.
기금의 성격은 정부 재정이 아닌 이란 에너지 산업 투자를 희망하는 민간 기업들의 자금으로 채워질 계획이다. 구체적인 운영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유럽, 아시아는 물론 한국과 일본, 미국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제재가 해제된다면 기금은 상당한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정부의 대이란 직접 재정 지원 의혹에 대해 즉각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미국이 이란에 3억 달러를 지불한다는 주장은 민주당이 유포한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3억 달러'는 외신이 보도한 재건기금 규모인 '3000억 달러'를 오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협정의 일환인 3000억 달러 규모의 기금 조성안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평가하며 백악관에 정확한 논평을 요청했다.
종전을 대가로 한 대이란 자금 지원 여부는 이번 협상의 최대 화약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이란 핵합의(JCPOA)를 가리켜 "이란에 현금을 퍼주었다"고 강하게 비난해온 만큼, 이번 우회 지원 논란 역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어떤 정부 돈도 오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이번 재정적 인센티브가 오바마 정부 시절의 지원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재 해제 조치는 단계적으로 이행될 예정이다. FT는 해외 동결 이란 자산 해제를 포함한 모든 제재 완화가 핵협상 진전 및 최종 합의와 연동되어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 역시 "초기 단계에는 신뢰 구축용 소규모 완화 조치만 제공될 것이며, 최종 제재 완화는 특정 조치가 아닌 이란의 전반적인 행동 변화와 핵 프로그램 제한 여부에 연계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 측은 해당 기금을 승전 전리품 성격의 배상금으로 규정하려는 분위기다. 이란 협상단의 메흐디 모하마디 전략 고문은 이란 메르 통신을 통해 "합의문에 배상(compensation)이라는 단어가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미국이 언급한 '재건'은 전쟁 기간 이란이 입은 피해에 대한 배상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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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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