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서명했는데 배가 안 뜬다… 트럼프 ‘호르무즈 통행료’ 카드 만지작

이우창 기자

등록 2026-06-17 16:53

페르시아만 선박 500여 척 발 동동… 민간 보험 재개 유도가 핵심 과제

국방물자생산법(DPA) 동원해 미국 보험사에 인수 강제하는 방안도 거론

트럼프, SNS선 “통행료 없는 개방” 언급했으나 물밑에선 유료 호위 논의



호르무즈 해협2026년 6월 16일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사진=오만 무산담/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상선에 미 해군 호위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이른바 'VIP 패스'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이란 간 적대행위 중단 합의에도 불구하고 선사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아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재개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실무진에 해협 통과 위험을 감수하도록 선주들을 설득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가장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방안은 민간 보험사의 선박 보험 인수를 재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한 익명 관계자는 "몇 가지 제한적 예외를 제외하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항행이 보험 약관 위반에 해당한다"며 보험사들을 독려할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미 해군의 유료 호위 서비스인 'VIP 패스' 방안도 함께 부상했다. 사안에 밝은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신속한 미 해군 호위를 받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직 행정부 관계자는 이러한 유료 호위 수수료 부과 논의가 프랑스 G7 정상회의를 겨냥해 유럽의 적극적인 관여를 압박하기 위한 '협상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미국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미국계 보험사에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의 보험 제공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관계자들은 현재 검토 중인 아이디어 중 최종 확정된 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2026년 6월 15일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사진=오만 무산담/로이터/연합뉴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은 극도로 정체되어 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에는 유조선 220척을 포함해 약 500척의 선박이 대기 중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되면서 해협 항행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양국은 지난 4월 8일 휴전에 돌입했으나 산발적 충돌과 봉쇄 조치가 이어졌고, 이달 15일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에 합의했음에도 선주들은 여전히 해협 통과를 꺼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통항 유도를 위해 전쟁이나 국가적 봉쇄 등 정치적 위험을 보장하는 200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정치적 위험 보험(Political Risk Insurance)'을 제공했으나 선사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직전인 4월 6일에도 "우리가 통행료를 부과하는 건 어떤가? 우리가 승자다"라며 해군 호위 유료화 구상을 내비친 바 있다. 반면 종전 MOU 합의 완료를 발표한 지난 14일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toll-free) 개방과 미 해군의 즉각적인 봉쇄 해제를 전면 승인한다"며 상반된 메시지로 해역 통항을 독려하기도 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공보실 대변인은 "MOU 체결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개방될 것이며, 에너지 흐름도 곧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양국 간 협상 진전으로 17일 국제 유가(WTI 기준)는 배럴당 75달러 선으로 하락했으나, 전쟁 발발 전 수준인 67달러 선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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