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브릭스 통해 '반미 연대' 구축, '역사 재해석'으로 대만 통일 명분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협력기구(SCO, 중국·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 정치·경제·안보 협력체) 정상회의와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열병식을 발판 삼아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심층 보도했다.
톈진서 시진핑-푸틴과 함께 자리한 모디 인도 총리 (사진= 톈진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고율 관세와 무역 압박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상황을 역이용, 시 주석이 외교적 연대 구축과 역사 서사 재편이라는 '두 개의 전선'을 통해 미국 중심의 질서에 도전하고 중국 주도의 다자주의 체제를 구축하려는 양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SCO 무대서 '반트럼프 연대' 구축... "다자주의 수호자" 자처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최근 톈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를 자신의 글로벌 리더십을 과시하는 무대로 적극 활용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압박에 직면한 국가 정상들 앞에서 "세계가 격동과 변화를 겪고 있으며, 질서 있는 다극적 세계를 옹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자유 무역과 더 정의롭고 합리적인 세계 거버넌스 시스템을 수호하자"고 촉구하며,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맞서는 '다자주의의 수호자'임을 분명히 했다.
FT는 이러한 시 주석의 발언이 단순한 수사를 넘어,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라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며 현재 미국 주도의 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회의 결과물로 채택된 '미래 10년(2026∼2035년) 발전계획' 선언문에는 "지정학적 대립 격화로 세계 안정이 위협받고, 특히 국제무역과 금융시장이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역시 "소수 국가가 세계를 지배하는 독점은 계속될 수 없다"며 미국을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SCO를 넘어 브릭스(BRICS)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FT는 다음 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주도로 열릴 브릭스 화상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며, 비서방권 국가들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음을 주목했다.
물론 이에 대한 미국의 시선은 싸늘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SCO 정상회의를 "보여주기 행사"라고 평가절하하며, 중국과 인도를 "러시아의 전쟁 기계에 연료를 공급하는 악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29일 오후 베이징 톈안먼의 모습. (사진= 베이징 연합뉴스)
◆ '역사 재해석' 통한 대만 통일 명분 쌓기
'역사 재해석'은 중국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을 공고히 하고, 대만 통일과 같은 핵심 지정학적 목표를 관철하기 위한 정교한 포석이다.
FT는 오는 3일 베이징에서 열릴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 단순한 군사력 과시를 넘어,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자 전후 국제질서의 핵심 수호자라는 새로운 서사를 전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역사 교과서와 공식 역사관을 꾸준히 수정해왔다. 항일전쟁의 시작점을 기존의 루거우차오 사건(1937년)에서 만주사변(1931년)으로 앞당겨 '8년 항전'을 '14년 항전'으로 공식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국민당과 공산당의 '국공합작'을 통해 항일전쟁을 치렀다는 기존의 인식을 넘어, 중국 공산당이 항전의 '중류지주(中流砥柱·역경을 버티는 굳건한 기둥)'였다고 강조하며 그 역할을 절대화하고 있다.
베이징의 중국미술관에 전시된 항일전쟁 관련 작품 (사진= EPA 연합뉴스)
이러한 역사 재구성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만 문제와 직결된다고 FT는 분석했다. 중국은 일본의 패망을 공식화한 1951년 미국 주도의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신, 전후 대만을 중국에 반환한다고 명시한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선언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이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이 일본의 대만 영유권 포기만 규정했을 뿐 귀속 주체를 명시하지 않은 법적 공백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즉, 카이로와 포츠담 선언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의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대만 통일 명분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으려는 정교한 시도인 셈이다.
중국 미디어 프로젝트의 데이비드 반두르스키 이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국이 다자주의의 창시자 중 하나이며, 이제 그 다자주의를 새롭고 포용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을 세계에 알리려 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시 주석은 외교적 세력 규합과 역사적 정통성 확보라는 양 날개를 활용해,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을 넘어 중국 중심의 대안적 세계 질서를 제시하려는 원대한 구상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 저작권자 ⓒ 국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우창
기자
-
민주당 "5일 본회의서 상법·검찰개혁안 처리"... '설 전 입법' 정조준
-
트럼프의 '1조 원짜리' 평화위원회 출범... 중국, 가입 두고 깊어지는 '수지타산'
-
축제 대신 '투쟁의 장' 된 그래미… 배지 달고 무대 오른 음악인들
-
3040은 '교육', 60대는 '재개발'... 국민신문고에 투영된 세대별 갈등
-
헌정사상 첫 ‘전직 대통령 부부 실형’…김건희 여사 1심 징역 1년 8개월
-
'평화' 논하며 '테러' 자행… 러시아, 민간 압박 통해 영토 양보 압박
-
트럼프, 한국산 관세 25% ‘폭탄’ 선언… “투자 약속 이행하라” 전방위 압박
-
고(故) 이해찬 전 총리 유해 귀국, 정계 인사들 슬픔 속 마지막 길 배웅
-
경찰, '공천헌금 의혹' 강선우 구속영장 검토… 김병기·이혜훈 등 정치권 수사 전면 확대
-
미국 22개 주 비상사태 선포…연방 정부·학교 '셧다운' 부른 겨울 폭풍
-
"아이부터 주민까지 치즈·버터 공급"... 북한, '스위스풍' 현대식 농장 공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유제품 생산 기지인 평안북도 삼광축산농장 조업식에 참석해 농촌 발전의 '모범사례'라며 축산업의 세계적 수준 현대화를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2일 열린 삼광축산농장 조업식에서 '역사적인 중요 연설'을 했다고 3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삼광축산농장은 낙후했던 운전군이 현대 농촌과 축산의 미래를 보여주는
-
코스피 5,000선 무너졌다… 금·은 폭락이 불러온 '검은 월요일'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하던 코스피가 금·은 가격 폭락과 대규모 매도세에 밀려 5,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2일 코스피 지수는 오후 2시 4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4.59% 내린 4,984.48을 기록했다. 이날 지수는 전장 대비 101.74포인트(1.95%) 하락한 5,122.62로 개장했으나, 오후 1시 9분경에는 5.57% 급락한
-
"쿠팡 때문 아니다"... 청와대가 밝힌 트럼프 '관세 재점화'의 진짜 이유
청와대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관세 재인상' 발언에 대해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처리가 늦어지면서 합의사항 이행이 지연된 데 따른 불만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불만은 100% 국회 입법 지연에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측도 법 심의 선행 필요성을 인지하고
-
한국 군사력 3년 연속 세계 5위… ‘글로벌 톱 5’ 입지 굳혔다
한국의 핵 전력을 제외한 종합 군사력이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에 이어 3년 연속 세계 5위를 유지했다. 27일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발표한 ‘2026 군사력 랭킹’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145개국 가운데 0.1642점을 기록하며 전체 5위에 올랐다. 한국의 GFP 군사력 순위는 2013년 9위, 2014년 7위,
-
"면허 반납하면 68만원"…용산구, 고령 운전자 지원 서울 '최대'
용산구(구청장 박희영)가 내달부터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최대 규모인 총 68만 원의 교통비를 지원한다고 27일 밝혔다. 구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유도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자 지원 인원을 기존 100명에서 150명으로 확대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대폭 강화했다. 지원 대상은 용산구에 주민등록을 둔
-
"딥페이크·인질강도까지" 캄보디아 거점 486억 사기 조직 73명 무더기 송환
캄보디아에서 스캠과 인질 강도 등을 저지른 뒤 강제 송환된 한국인 조직원 73명 중 72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5일 검찰이 72명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으며, 혐의가 경미한 1명은 제외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송환된 피의자들은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삼아 다양한 수법으로 거액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
안갯속으로 빠진 ‘65세 정년연장’ 입법... 민주당·노동계 ‘시기’ 두고 정면충돌
더불어민주당이 65세 정년연장(계속고용) 입법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제시하자 노동계가 '시간 끌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입법 지연에 항의하며 회의장을 퇴장하는 등 정년연장 입법 논의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23일 정치권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당 정년연장 특별위원회는 이날 열린 제2차 본회의에서 특위
-
'영하의 바다' 한계를 넘다…해군 SSU, 최강 한파 속 혹한기 훈련
해군 특수전전단 해난구조전대(SSU)가 이번 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 속에서도 경남 진해 앞바다에서 혹한기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해군이 22일 밝혔다. 지난 20일 시작돼 오는 2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훈련에는 SSU 소속 심해잠수사 70여 명이 참가했다. 심해잠수사들은 첫날인 20일 진해 군항 인근 해상에서 익수자를 탐색하고 구조하는
-
7월 영종·검단구 출범 앞둔 인천시, '연두방문'으로 현장 밀착 소통 강화
유정복 인천시장이 민선 8기 출범 이후 네 번째 연두방문에 나섰다. 인천광역시는 병오년 새해를 맞아 1월 23일 남동구를 시작으로 2월 12일까지 10개 군·구를 순회하며 연두방문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시정 철학인 ‘오직 인천, 오직 시민, 오직 미래’를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오는 7월 행정체제 개편으로 출범하는 영종구와
-
"알바하다 궁금할 때 3초면 끝"… AI 노동법 상담, 작년 11만 명 몰렸다
고용노동부가 21일 발표한 실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AI 노동법 상담 서비스의 지난해 이용 건수가 11만 7,000여 건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량 증가에는 민간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한 접근성 강화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근마켓의 구인·구직 서비스인 '당근알바'와 연계한 이후 일평균 이용량은 251건에서 466건으로 85.7% 증가하며
국일일보 © 국일일보 All rights reserved.
국일일보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