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5년 차 진입, 수적 열세와 피로감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장병들의 항전 의지
우크라이나 병사들. AP=연합뉴스
2025년의 마지막 밤,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의 장병들은 축배 대신 무기를 들고 새해를 맞이했다. 전쟁이 만 4년을 넘어 5년 차로 접어드는 시점에도 현장의 병사들은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결사항전의 의지를 동시에 드러냈다.
우크라이나군 108대대 '다빈치 늑대들'을 이끄는 세르히 필리모노프(31) 소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내 아들이 자라기 전에 전쟁이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그래야 아들이 전쟁터에 나와 싸우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살 아들과 2살 딸을 둔 그는 "지난해가 힘든 한 해였고 모두가 지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의 상황을 보면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덧붙였다.
최전선 병사들에게 1월 1일은 또 다른 전투일에 불과했다. 자정이 가까워진 시각에도 우크라이나 장교들은 러시아군 정찰과 공격을 위해 드론을 띄웠다.
자정을 1시간 앞두고 대통령 신년사를 시청하기 위해 잠시 TV 앞에 모인 병사들은 코카콜라와 무알코올 샴페인으로 짧은 건배를 나누며 서로의 안녕을 빌었다. 무전기에서는 "전선을 계속 사수하라"는 격려의 메시지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병사들의 신년 목표는 거창한 승리보다 '생존'이라는 현실에 맞닿아 있었다. 한 병사는 신년 목표를 "그저 살아남는 것"이라고 답했으며, 호출 부호 '다야크'를 사용하는 대원은 국제 사회의 평화 노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전쟁이 최소 2년은 더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 드론 공격 막아라'…그물 설치하는 우크라 군인들. 연합뉴스
전장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CNN은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지역에서 수적으로 크게 열세에 놓여 있으며, 최근 몇 주간 수백 ㎢의 영토를 러시아군에 내주는 등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소규모 보병 부대를 활용해 방어가 허술한 진지를 돌파하며 향후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장병들의 의지는 단호했다. 드론 조종사인 '상하이'는 "우리는 돈바스 전체를 되찾는 완전한 승리를 원한다"며 영토 양보론을 일축했다. 또 다른 병사 역시 "러시아군이 포격을 가한다면 우리도 그만큼의 화력으로 응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4년을 채우고 2026년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러나 최전선의 장병 중 전쟁이 연내 종식될 것으로 낙관하는 이는 거의 없었으며, 오직 "후대에게 전쟁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사명감만이 전선을 지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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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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