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매몰 비용과 정책 번복, 그 책임은 누가 지나

▲대통령 집무실 청와대 복귀가 임박한 21일 종로구 청와대 앞에 경찰 초소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올해 연말, 대통령실이 현재의 용산 청사에서 다시 청와대로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정국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안보와 경호 효율성, 그리고 집무 공간의 협소함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허탈감마저 감돌고 있다.
불과 수년 전,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용산 시대를 열었던 그 거창했던 명분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당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국방부 청사를 리모델링하고, 안보 공백 우려 속에서도 이전을 강행했던 가장 큰 이유는 '대국민 소통'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슬그머니 다시 청와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은, 지난 용산 시대의 실험이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꼴이자 국가의 중대사를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무책임한 처사다.
가장 큰 문제는 '혈세 낭비'다. 용산 이전 당시 예비비와 각종 부대 비용을 포함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용산 공원 조성과 주변 개발 계획까지 맞물려 막대한 행정력이 소모되었다. 이미 투입된 비용을 매몰시키면서까지 또다시 막대한 혈세를 들여 이사와 재정비를 반복하겠다는 발상은 납득하기 어렵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민생 경제가 벼랑 끝에 내몰린 지금, 국민은 단돈 몇 푼이 아쉬워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의 잦은 이사로 인한 매몰 비용은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분노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정책의 신뢰도 역시 치명타를 입게 되었다. 국가 최고 통치 기구의 위치는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자, 국가의 상징성을 갖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여야 한다. 정권의 편의에 따라 국가의 상징 공간을 손쉽게 옮기는 행태는 국정 운영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용산으로 갈 때는 '구중궁궐'이라며 청와대를 비판하더니, 이제는 용산의 불편함을 이유로 다시 그 구중궁궐로 들어가겠다는 논리는 자가당착이다.
또한, 이미 전면 개방되어 국민의 쉼터이자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청와대를 다시 닫아야 하는 문제도 남는다. 국민의 품으로 환원했던 공간을 일방적으로 회수하는 처사는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 권역의 상권 활성화를 기대했던 인근 주민들의 혼란은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대통령실의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펼쳐지는 국정 운영의 질과 소통의 의지다. 용산에 있든 청와대에 있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장소는 무의미하다. 정부는 이번 재이전 계획이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국민 앞에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선행해야 한다.
국민은 묻고 있다. 국가의 리더십이 거주지를 옮기는 데 골몰할 시간에, 위기에 빠진 민생을 살피는 데 더 집중할 수는 없는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청와대 회귀는 즉각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저작권자ⓒ 국일일보, 무단전재•재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금지]
이우창
기자
-
"올해는 손길 하나 더"… 앞치마 두른 英 왕세손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
이재명·민주당 동반 하락, 국힘은 상승… 지지율 격차 줄었다
-
일본은행, 30년 철옹성 ‘0.5% 벽’ 깼다… 기준금리 0.75%로 인상
-
"정권 2번 뺏긴 건 우리 부족 탓"… 장동혁, '강성' 벗고 쇄신 승부수
-
"리튬 줄게, 달러 다오"… 벼랑 끝 볼리비아, 미국 향해 'SOS'
-
국힘 "환율 1,500원 목전인데 정부는 뒷짐"… 경제 정책 '대전환' 압박
-
트럼프 2기 1년, '관세 폭탄'과 '돈로주의'로 세계 질서를 다시 쓰다
-
확 바뀌는 새해 부동산, '이것' 준비 안 하면 낭패 본다
-
핏빛으로 얼룩진 시드니 '빛의 축제'…반유대주의 테러 가능성
-
20대 8%p '와르르'… 이재명 대통령, 54.3%로 숨 고르기
-
"국민에게 돌려준다"더니... 도로 '구중궁궐'로 숨는가
▲대통령 집무실 청와대 복귀가 임박한 21일 종로구 청와대 앞에 경찰 초소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올해 연말, 대통령실이 현재의 용산 청사에서 다시 청와대로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정국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안보와 경호 효율성, 그리고 집무 공간의 협소함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허탈감마저 감돌고
-
"AI가 지키는 명동의 크리스마스… 인파 꽉 차면 '경고 방송' 뜬다"
서울 중구(구청장 김길성)는 크리스마스와 새해맞이 행사를 앞두고 내년 1월 4일까지 명동 일대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한다고 22일 밝혔다. 구는 지난 19일부터 특별대책 가동에 들어갔으며, 인파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12월 24~27일, 31일, 1월 1일 등 총 6일간을 집중관리 기간으로 지정했다. 특히 구는 크리스마스인 25일 순간 최대 5만 명
-
1심 유죄→2심 무죄→대법 파기… '누디즘' 립스틱 반전 판결의 전말
자사 브랜드명을 제품명 앞에 붙였더라도 타인이 먼저 등록한 식별력 있는 단어를 제품명에 포함했다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제품명의 특정 부분이 독립적인 식별력을 가진다면, 그 부분(요부)의 유사성을 근거로 침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상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
"크게 도우면 크게 요구하라"... 통일교, '청와대 진입' 시나리오 법정서 공개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법정에서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공개됐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재판에서 공개된 회의록과 간부 간 대화 내용에는 청와대 진입과 공천권 확보를 넘어 2027년 대권 도전까지 논의한 사실이 포함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 심리로 19일 열린
-
박범계·박주민 '선고유예' vs 나경원 '벌금형'... 패스트트랙 판결 '형평성' 도마 위
이른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박주민 의원이 1심에서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형평성을 잃은 판결"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김정곤 부장판사)는 19일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박범계·박주민 의원에게 각각 벌금 300만 원의 선고를
-
챗GPT 독주 체제, 제미나이가 흔들까?… 국내 AI 지형도 분석
국내 휴대전화 이용자 4명 중 3명은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AI의 '챗GPT'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구글 '제미나이'가 급성장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18일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이동통신 기획조사'에 따르면, 국내 14세 이상 소비자 중 AI 서비스를
-
'당구 여제' 김가영부터 인천유나이티드까지… 2025년을 빛낸 인천의 별들
인천시와 인천사랑운동센터는 지난 16일 송도컨벤시아에서 '2025년 올해의 인천인 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이번 시상식에서는 인천의 명예를 높이고 지역 발전에 기여한 개인 9명과 단체 1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개인 부문 수상자는 ▲박용열 대한노인회 인천시연합회장 ▲김학찬 인천펜싱협회장(치과의사) ▲이재구 국경없는학교짓기 대표
-
'여대'가 사라진다... 30곳에서 14곳으로 '반토막' 난 이유
동덕여자대학교가 2029년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학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때 30여 곳에 달했던 국내 여대가 시대적 변화 속에서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 그 변천사와 현주소를 심층적으로 조명했다. ◆ 국내 여대, 30여 곳에서 14곳으로 축소 과거 4년제 대학과 전문대, 간호·사범계 단과대학을 포함해 30곳이
-
"‘한 잔은 약주’는 옛말… 고혈압 예방엔 완전 금주가 답"
소량의 음주라도 중단하면 혈압 강하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도쿄과학대와 세이루카국제병원 연구팀은 약 6만 명의 건강진단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24년까지 세이루카국제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은 5만 8,943명의 검진 데이터 35만 9,717건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연령,
-
114억 챙긴 '가짜 AI 의사'와 '짝퉁 약'… 식약처 철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온라인 쇼핑몰과 SNS 등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해 가짜 전문가를 내세우거나 일반식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만든 업체 16곳(판매 규모 약 114억 원)을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식약처는 해당 업체에 대해 관할 기관에 행정처분을 요청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이번 점검은 지난 10월 2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진행됐다. 식약처는
국일일보 © 국일일보 All rights reserved.
국일일보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