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국회에 36쪽 반대 의견서 제출 "개헌 없이 입법만으론 불가능"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더불어민주당이 연내에 내란전담재판부 도입, 대법관 증원, 법원행정처 폐지,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8일 정기회의를 열고 여당에서 추진 중인 '사법개혁'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표명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재판소원 도입 시도에 대해 헌법 위배 및 사법 체계 혼란을 이유로 정면 반대하고 나섰다. "헌법 개정 없이는 도입이 불가능하며, 국가 경쟁력 약화와 국민에 대한 '희망고문'을 유발할 것"이라며 국회에 강력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김기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한 36쪽 분량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이 오는 11일 법사위 처리를 강행하려는 가운데, 사법부가 입법권 남용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헌법 제101조에 따라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며, 최고법원은 대법원이다"라고 전제했다. 이어 "헌법은 재판에 대한 불복을 대법원에서 종결하도록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며 "법원이 아닌 곳에서 재판을 하거나 대법원을 넘어선 단계에서 재판을 거듭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책적 관점에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대법원은 재판소원 도입이 사실상의 4심제로 전락해 분쟁의 최종 확정을 지연시키고, 이는 곧 막대한 사회적 비용 증가와 국가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대법원의 판결은 이미 헌법과 법률 위반 여부를 따지는 '헌법심'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법체계상의 독립성 문제도 거론했다. 우리 헌법은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병렬적으로 배치해 권한을 수평적으로 분담했을 뿐, 어느 한 기관을 상급 기관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독일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연방법원보다 우위에 있는 구조지만, 우리나라는 체계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법원은 헌재가 재판소원을 '기본권 구제 절차'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더라도 헌재가 재판을 다시 심리하더라도 결론이 바뀔 확률은 극히 낮아, 재판의 실질적 효력 없이 국민의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고비용·저효율의 전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재판소원은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을 중심으로 일부만 선별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이는 소송 비용만 과다 지출하게 하는 희망고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경제적 능력이 있는 일부 계층만 혜택을 누리게 되고, 대다수의 사건은 사전 심사에서 무의미하게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 통계적 근거도 제시했다. 독일의 재판소원 인용률은 1% 초반대에 머물고 있으며, 특히 연방최고법원 재판에 대한 인용률은 0%대라는 점을 들어 재판소원이 남소(濫訴)로 이어져 헌법소원 본연의 기능을 저해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확정판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허용 조항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는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을 받은 정치인이나 구속 수감 중인 범죄자가 가처분을 통해 형 집행을 늦추는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할 여지가 크며, 선거 범죄나 형사 확정판결의 집행을 방해하는 등 법치주의 원리를 초월하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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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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