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러브콜'에도 무반응…전문가들 "제재 카드 가치 하락, 실효성 의문"
2019년 판문점서 만난 김정은과 트럼프. 연합뉴스
29~30일 한국 방문이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할 경우, 대북 제재 문제를 의제에 올릴 수 있음을 최초로 시사했다.
이는 1기 행정부 시절의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협상안을 재차 꺼내 든 셈이지만, 현시점의 북한이 비핵화에 선을 긋고 중국 및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며 제재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 상태여서 미국의 대화 제안에 호응할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전용기에서 '김 위원장에게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에게는 제재가 있다. 이는 (논의를) 시작하기에 꽤 큰 사안"이라고 답했다. 재집권 이후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대북 제재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거듭된 대화 제의에도 북한의 긍정적 반응이 없자,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해 협상장으로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19년 판문점서 만난 김정은과 트럼프. 연합뉴스
앞서 2019년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은 영변 핵시설 해체와 제재 완화 맞교환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된 바 있다.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지만, 최근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하며 대화 재개 자체에 우선순위를 두는 양상이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는 제재 완화 카드의 실효성에 회의적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제재망에 틈이 생긴 데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대가로 식량·에너지 등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가상화폐 탈취 등으로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조달하며 제재 내성을 키웠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지난 9월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그 무엇을 맞바꾸는 협상 따위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의 핵 역량은 고도화된 반면 제재 카드의 가치는 하락해, 과거의 교환 공식이 성립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트로이 스탠거론 카네기멜런대 연구원은 "제재 완화는 그 가치를 많이 상실했다"며 "트럼프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려면 북러 관계를 단절할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러시아의 지원만으로는 경제 발전에 한계가 분명한 만큼, 제재 완화가 여전히 북한에 매력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집권기를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을 기회로 판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칭하며 현실을 일부 인정한 듯한 태도를 보인 점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시드 사일러 CSIS 선임고문은 "제재 언급은 트럼프가 북한을 떠보는 것일 수도, 혹은 막바지에 이뤄질 정상회담의 가치를 키우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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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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