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기간 중 MRO·원전 사업 MOU 성과…미중 갈등 및 정치적 리스크에 반도체 대규모 투자는 다음 기회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워싱턴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조선 및 원전 사업에서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특히 AI 반도체 분야의 핵심 파트너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 기술 동맹을 재확인하고 글로벌 협력망을 다졌다. 다만, 시장의 이목이 쏠렸던 반도체 부문 대미 추가 투자 계획은 대외적인 불확실성을 고려해 이번 발표에서는 제외됐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의 방미 기간에 맞춰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 마린(Vigor Marine)' 그룹과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대 규모의 미 해군 및 해상수송사령부 MRO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중공업은 그간 한화오션이나 HD현대 그룹과 달리 방산 특수선 건조 사업을 영위하지 않았으나, 이번 협력을 통해 고부가가치 사업인 해군 MRO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됐다.
향후 삼성중공업은 협력 범위를 넓혀 미국 파트너 조선소와의 공동 함정 건조 사업 참여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MOU 체결을 위해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이 이 회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최종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됐다. 이 회장과 함께 방미길에 오른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은 한국수력원자력과 공동으로 미국 에너지 기업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와 'AI 캠퍼스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3자간 협력 MOU를 체결했다.
페르미 아메리카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인 릭 페리가 공동 설립한 회사로, 차세대 AI 기술 구현에 필수적인 기가와트(GW)급 전력망 구축을 선도하고 있다.
이 회사가 미국 텍사스주 아마릴로에 추진 중인 'AI 캠퍼스'는 대형 원전 4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2기, 가스복합화력, 태양광 및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대규모 전력 공급 인프라와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함께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삼성물산은 이 프로젝트에서 원전 및 데이터센터 건설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 워싱턴 연합뉴스)
이처럼 양국의 핵심 전략 산업인 조선과 원전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 성과가 나온 것과 달리,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최전선인 반도체 분야에서는 별도의 사업 계획이 공개되지 않았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23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 애플 아이폰용 이미지센서 공급 등 대규모 수주와 연계된 투자 확대 구상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2030년까지 54조 원을 투자해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또한, 최근 메모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업과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기대됐다.
이 회장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글로벌 AI 칩 시장의 '큰손'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반갑게 포옹하는 모습을 보이며 양사 간의 굳건한 파트너십을 과시했다. 이는 삼성의 HBM이 엔비디아에 납품될 것이라는 '청신호'로 해석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반도체 협력 플랜이 나오지 않은 배경에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대외적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한 100% 품목 관세를 예고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인 인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액 출자로 전환하며 최대 주주에 올라선 뒤 "그런 거래를 더 할 것"이라고 밝혀, 삼성전자와 TSMC 등 외국 반도체 기업을 압박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기존의 양국 관세협상 결과를 재확인했을 뿐, 반도체 품목 관세나 미국 정부의 반도체 기업 지분 인수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추가 논의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기존에 발표한 계획에 따라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현지 투자를 차질없이 이행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에 최적화된 반도체 칩을 SK와 삼성이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하며 "이는 AI 산업에서 양국의 협력 가능성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국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우창
기자
-
한미 관세 협상 '청신호'…미, '전액 현금 투자' 요구 사실상 철회
-
민주당, '대법관 26명 증원' 사법개혁안 발표…법조계 정면 반발
-
이재명 대통령, K-방산 대전환 선언: "자주국방·첨단산업, 두 마리 토끼 잡겠다"
-
트럼프, 中에 유화 제스처…"관세 인하 가능, 공정한 거래 원해"
-
'리튬 부국' 볼리비아의 우클릭… 20년 좌파 정권 막 내렸다
-
민심에 켜진 '경고등'…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 상승세 꺾여
-
태국-캄보디아, 평화협정 ‘눈앞’…‘포로 석방’에 발목 잡히나
-
김 총리, 산청 현장서 '복구 속도전' 주문…"겨울철 추가 피해 막아야"
-
'조희대·김현지' 블랙홀에 빠진 국감…정책은 없고 정쟁만 남았다
-
푸틴 회담 앞둔 트럼프, 젤렌스키에 "살인 멈추고 합의하라"
-
'단순 건망증'인 줄 알았는데…치매로 가는 지름길, 5대 위험신호
경도인지장애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핵심 관리 요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 연구팀은 경도인지장애 환자 약 33만 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특정 만성질환과 생활 습관이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우울증과 당뇨병이었다. 우울증 환자는 1.74배, 당뇨병 환자는
-
"종양 쪼개고 조직 바꿔치기"…의사가 주도한 10억 원대 '성형 보험사기'
허위로 종양 진단을 내려 환자들이 실손 보험금을 타내도록 돕고, 해당 보험금으로 미용·성형 시술을 진행한 의사와 브로커, 환자 등 총 12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40대 외과 전문의 A씨와 브로커 2명을 구속하고, A씨의 부친인 80대 의사 B씨와 환자 115명 등 나머지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
"이재명 비판 단체에 3천만원"... 언론재단 '깜깜이 심사' 도마에
언론진흥재단이 연간 8억 원 규모의 언론단체 지원금 지급 대상을 선정하며, 부실하게 심사해왔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심사위원들은 신청 서류를 이메일로 전달받아 각자 평가한 뒤 점수표만 회신하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심사 과정에서 지난해 보수 성향 단체인
-
3년간 멈췄던 송도 화물차 주차장, 대법 판결로 '운영 재개' 길 열려
3년간 주민 반대에 막혀있던 인천 송도 화물차 주차장 운영의 길이 열렸다. 대법원이 인천항만공사(IPA)의 손을 최종적으로 들어주면서, 장기간 표류하던 주차장 개장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IPA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상대로 낸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
"고문 흔적 역력"…캄보디아 피살 대학생, 20일 부검대 오른다
캄보디아에서 범죄조직에 피살된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의 부검이 20일(현지시간), 그의 시신이 안치된 프놈펜 턱틀라 사원에서 진행된다. 이번 부검은 한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의관이 주도하고 경찰 수사관들이 입회한 가운데 이루어진다. 부검으로 정확한 사인을 규명한 뒤, 결과는 공식 절차를 거쳐 국내 수사기관에 통보될 예정이다. 부검이 끝나면 박
-
"국가도 가해자였다"…'MB 블랙리스트' 법원의 재평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에게 국가와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7-2부는 17일, 배우 문성근 씨 등 36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한민국은 이명박, 원세훈(전 국정원장)과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 500만원을
-
야스쿠니 앞에 멈춘 다카이치, 총리직 향한 '전략적 보류'
" 차기 총리 주자로 꼽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17일 시작된 야스쿠니 신사 추계 예대제에 참배하지 않았다. 총리 선출 시 외교적 영향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이며, 다카이치 총재는 참배 대신 공물(다마구시) 대금을 사비로 봉납했다. 그는 각료 시절부터 참배를 이어온 대표적인 극우 성향 정치인이지만, 총리직을 염두에 둔 듯 최근에는 신중한 태도를
-
한지붕 두 회사, 국가유산청 '특혜 계약' 독식 논란
국가유산청이 사실상 한 업체가 운영하는 회사 두 곳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그중 한 곳을 여성기업으로 위장해 계약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현진 의원은 16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배 의원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2020년부터 5년간 디자인 업체 D사와 S사와 총 30건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 중 S사는
-
'김치 발효 방해꾼'의 반전…알고 보니 숨은 조력자는 '바이러스'였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그동안 발효식품의 문제점으로만 여겨졌던 박테리오파지가 김치 발효 과정에서는 오히려 유익한 미생물의 생존을 돕는 '조력자'임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로, 그동안 발효를 일으키는 유익균(종균)의 성장을 방해해 발효 실패의 주범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박테리오파지가 특정 미생물만
-
'북방정책' 33년 만의 재현…노태우 아들, 아버지 이어 주중대사로
이재명 정부의 첫 주중대사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60)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임명됐다. 외교부는 16일 노 이사장을 주중대사로 공식 임명했다. 이로써 지난 1월 정재호 전임 대사 이임 후 약 9개월간 공석이었던 주중대사직이 채워졌다. 노 신임 대사의 발탁 배경에는 부친 노 전 대통령이 1992년 한중 수교를 이끈 '북방정책'의 상징성이
국일일보 © 국일일보 All rights reserved.
국일일보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