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가 사라진다... 30곳에서 14곳으로 '반토막' 난 이유

이우창 기자

등록 2025-12-17 07:34

동덕여대 사태로 본 공학 전환 80년사, 생존을 위한 선택인가 정체성 포기인가



이화학당 학생들의 수업광경이화학당 학생들의 수업광경. 이화여대 제공


동덕여자대학교가 2029년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학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때 30여 곳에 달했던 국내 여대가 시대적 변화 속에서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 그 변천사와 현주소를 심층적으로 조명했다.


◆ 국내 여대, 30여 곳에서 14곳으로 축소

과거 4년제 대학과 전문대, 간호·사범계 단과대학을 포함해 30곳이 넘었던 국내 여대는 현재 절반 이하인 14곳으로 줄어들었다.


현재 남아있는 4년제 여대는 덕성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광주여대 등 7곳이며, 전문대는 경인여대, 배화여대, 부산여대, 수원여대, 숭의여대, 한양여대, 서울여자간호대 등 7곳이다.




동덕여대 공학 전환 갈등 계속동덕여대 공학 전환 갈등 계속 2024년 11월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바닥에 공학 반대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 1946년, 최초의 여대와 남녀공학의 등장

한국 최초의 여대는 이화여자대학교다. 1886년 이화학당으로 시작해 이화여자전문학교를 거쳐 1946년 8월 종합대학교로 승격했다.


남녀공학 제도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도 1946년이다. 해방 후 경성사범학교와 경성여자사범학교가 통합해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이 출범했고, 연희대학교(현 연세대학교)가 1946년 8월 입학 자격을 남성으로 제한하던 학칙을 폐지했다. 이듬해 9월 연희대학교에 여학생 10여 명이 입학하며 본격적인 남녀공학 시대가 열렸다.




수원여자대학교 졸업식수원여자대학교 졸업식. 연합뉴스 


◆ 시대별 공학 전환 변천사: 생존과 발전의 선택

여대의 공학 전환은 시대적 요구와 대학의 생존 전략에 따라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① 태동기 및 초기 전환 (1940~50년대) 여성 고등교육기관이 종합대학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공학 전환이 일어났다. 


중앙여자전문학교는 1948년 남녀공학인 중앙대학(현 중앙대학교)으로 전환했다.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는 수도의과대학(1957)을 거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전신이 되었고, 조양보육사범학교와 근화여자초급대학은 각각 경기대학교와 명지대학교로 개편됐다.


② 성장기 전환 (1970~80년대)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수도여자사범대학이 세종대학교(1978)로, 한성여대가 한성대학교(1978)로 교명을 변경하고 새롭게 출범했다. 


청주여자사범대학은 서원대학교(1979)로, 전주우석여자대학은 우석대학교(1980)로 변경하며 남학생을 받기 시작했다.




 1994년 9월16일 당시 상명여대에서 열린 정부제2장관실 주최 여대생 공직 취업 설명회 모습. 연합뉴스 


③ 가속화 시기 (1990년대 이후) 학령인구 감소가 가시화된 1990년대 후반부터 공학 전환이 잇따랐다. 성심여대가 가톨릭대학교와 통합(1994)했고, 효성여대는 대구가톨릭대학교(1995)로 통합됐다. 


상명여대는 상명대학교(1996)로, 부산여대는 신라대학교(1997)로 교명을 변경하고 공학으로 전환했다. 이후 2012년 국군간호사관학교가 남자 생도 입학을 허용했으며, 2015년에는 한국폴리텍대학 안성캠퍼스가 공학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동덕여대 학생들의 공학 전환 반대시위지난해 동덕여대 학생들의 공학 전환 반대시위. 연합뉴스 


◆ 왜 공학으로 바뀌나… 학령인구 감소와 사회 변화

여대의 잇따른 공학 전환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난'이라는 현실적인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학생 수 부족이 심화하면서 남학생 유치를 통한 재정 확보가 필수 생존 전략이 된 것이다.


사회적 인식 변화도 한몫했다. 2009년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82.3%)이 남학생(81.5%)을 처음으로 추월했고, 2023년 기준 여학생 진학률은 76.7%로 남학생(70.7%)보다 높다.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보장한다는 여대의 역사적 소명이 일정 부분 달성되면서, 단일 성별 대학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한 것이다. 또한 남녀공학 선호 현상과 취업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필요성도 전환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성신여대 국제학부 외국인 남학생 모집 반대성신여대 국제학부 외국인 남학생 모집 반대 2024년 11월 13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돈암수정캠퍼스에 국제학부 외국인 남학생 모집 반대 문구를 적은 종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세계적 추세도 '여대 감소'

여대 감소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 300여 곳에 달했던 여대가 1972년 성차별을 금지한 수정교육법(Title IX) 도입 등의 영향으로 급감해 현재 30개 미만으로 줄었다.


일본 또한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여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8년 98곳이었던 일본 여대는 2024년 66곳으로 30%가량 감소했다. 현재 남은 일본 여대의 70%가 정원 미달 상태이며, 무코가와여대(2027년 예정) 등 주요 여대들이 공학 전환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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