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외환시장 불안에 5회 연속 '묶기' 선택…물가 상방 리스크 여전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일본 엔화 약세 속에 열흘째 상승세를 지속하며 1,480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5분 현재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4.6원 오른 1,478.3원이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며, 지난해 7월 이후 5회 연속 현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 결정은 최근 1,500원 선에 근접한 원/달러 환율 안정과 여전히 목표치를 웃도는 물가 상승세를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2024년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하며 완화 기조를 보였으나, 하반기 들어 동결로 선회했다. 가장 큰 원인은 불안한 외환 시장이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0원에 육박하며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3.50~3.75%)과의 금리 역전 폭이 큰 상황에서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경우 자본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31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는 작년 대비 2.1% 상승했다. 연합뉴스
고환율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으로 물가 상황도 여전히 엄중하다. 2025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2%대를 유지했다. 특히 고환율 여파로 석유류(6.1%)와 수입 쇠고기(8.0%) 등 수입 물가가 들썩이고 있어,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보다는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계속되는 서울 집값 상승세 역시 동결의 주요 배경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월 첫째 주까지 48주 연속 상승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등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세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유지하며 금융시장 안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의결문에서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 문구를 삭제하며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를 강하게 시사했다. 이는 시장의 추가 인하 기대를 차단하고, 향후 경기 지표에 따라 금리 인상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로 전망하며 완만한 회복을 예상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부문 간 격차가 큰 'K자형 회복'에 따른 체감 경기 괴리를 우려하면서도, 당분간은 환율과 물가 등 대외 여건에 집중할 뜻을 내비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공동취재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금리 경로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노무라증권 등 일부 기관은 한은이 연내 동결 기조를 유지하다가 하반기 중 인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3분기 중 한 차례 더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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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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