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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은 도피처가 아니다'…해외 도피사범 49명 전격 송환

이우창 기자

등록 2025-09-04 10:52

경찰청-필리핀 이민청 공조 성과…피해액 605억, 도금 규모 10조원

필리핀 현지 공항서 강제 송환되는 한국인 도피사범들 (사진 = 경찰청 제공)

경찰청이 필리핀에 장기간 은신해 온 해외 도피사범 49명을 전세기를 투입해 국내로 일괄 강제 송환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단일 국가에서 이뤄진 해외 도피사범 송환 중 역대 최대 규모로, 보이스피싱과 불법 도박 등 민생경제범죄 사범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번 송환 대상자들은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등 다양한 범죄 혐의를 받고 있었다. 혐의별로는 사기범이 25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그중 18명은 보이스피싱 사범으로 확인됐다.

도박개장 등 사이버범죄 사범이 17명이었고, 특수상해 혐의를 받는 조직폭력배 1명을 포함한 강력사범도 3명이었다. 이 밖에 횡령, 외국환거래법, 조세범처벌법, 성폭력처벌법 위반 사범이 각각 1명씩 포함됐다.

특히 이들 중 45명에게는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국내 수배 건수만 총 154건에 달해 이들이 저지른 범행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했다. 송환된 범죄자들의 평균 연령은 39세, 평균 도피 기간은 3년 6개월이었다. 최장 16년간 필리핀에 은신하며 법망을 피해 온 피의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들이 저지른 범행으로 확인된 피해자는 1,322명이며 총 피해액은 605억 원에 달했다. 이와 함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의 도금 규모는 무려 10조 7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경찰은 이번 대규모 송환을 계기로 국내 수사와 재판 절차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환자 명단에는 지난해 필리핀 세부에서 발생한 한국인 강도상해 사건의 주범과 공범, 그리고 지난 2018년부터 5조 3천억 원 규모의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원 11명도 포함됐다. 특히 이 중 8명은 지난 6월 한국 경찰과 필리핀 이민청의 합동 급습 작전으로 현지에서 검거된 바 있다.

이번 작전은 경찰청이 약 4개월에 걸쳐 국내외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루어낸 성과다. 인천공항경찰단, 공항공사, 출입국청, 세관, 외교부 등 10여 개 국내 기관이 협력했고, 특히 필리핀 이민청과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관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상화 주필리핀 대사는 “이번 송환은 필리핀이 더 이상 범죄자들의 도피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번 송환 작전에 국내 수배 관서 경찰관과 경찰병원 의료진 등 130여 명을 투입했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는 대테러기동대를 포함한 100여 명의 경비 인력이 배치되어, 삼엄한 경계 속에 피의자들을 안전하게 호송했다.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해외를 도피처로 삼아 법망을 피하려는 범죄자들에게 더는 숨을 곳이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킨 사례”라며, “앞으로도 해외 도피사범을 끝까지 추적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