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물가 40% 돌파에 상점 폐쇄 속출, 이란 정국 흔드는 바자르 상인들의 절규
지난 9일 이란 테헤란 도심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AP=연합뉴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당시 팔레비 왕조 축출의 자금줄이자 중심지였던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 상인들이 다시 한번 정권을 향해 등을 돌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극심한 경제난에 직면한 상인들이 대규모 시위를 촉발하며 현 체제의 새로운 위협 요소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8일 테헤란 상인들이 상점 문을 닫고 거리로 나서면서 시작됐다. 바자르 곳곳에서는 '독재자 타도'와 '자유'를 외치는 구호가 울려 퍼졌으며, 시위대는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이 흐름은 전국적인 동조 시위로 확산하며 혁명 이후 손꼽히는 대규모 반정부 움직임으로 번졌다.
상인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결정적 원인은 통제 불능의 경제 지표다. 이란 리알화 가치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이후 약 40% 폭락했으며,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0%를 돌파했다. 가전제품 상인 나세르는 "정치적 목적보다 리알화 변동성 때문에 물건을 팔아도 재고를 채울 수 없어 생존을 위해 문을 닫은 것"이라며 현장의 절박함을 전했다.
테헤란 그랜드 바자르 상점들이 문을 닫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지도부는 과거 혁명의 주역이었던 이들의 반발에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당국은 시위 참여자를 구금하면서도 상인들에 대해서는 비난을 자제하며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역시 상인들을 체제에 "가장 충성스러운 이들"이라 칭하며, 그들의 경제적 고충이 정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외적 긴장은 상인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 지지 의사를 밝히며 개입을 시사하자, 이란 정부는 미국의 공격에 보복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국제적 갈등과 환율 급등 속에 자산 가치가 급락하자 상인들 사이에서는 임대료와 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 이슬람 공화국 수립을 이끌었던 바자르 상인들이 이제는 생존을 위해 해당 체제에 저항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란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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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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