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 돈으로 푸틴과 협력 불가” 가입 거절… 미-유럽 사이 전략적 선택 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EPA 연합뉴스
미국의 최우방인 영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평화위원회’ 초청을 거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막대한 가입비 부담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여가 주요 원인으로 파악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영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평화위원회에 가입할 계획이 없다고 보도했다. 앞서 스타머 총리는 동맹국들과 가입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거절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10억 달러(약 1조 4,700억 원)에 달하는 납세자의 돈을 내면서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위원회에 앉는 것은 정치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발표한 평화위원회는 가자지구의 종전과 재건을 관리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으며, 출범 첫해 10억 달러를 납부하는 국가에 한해 영구 회원권을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구의 기능을 확장해 향후 유엔(UN)을 대체하는 국제기구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디에고 가르시아 섬, 미 해군 제공. AP=연합뉴스
현재 미국은 영국을 포함한 60여 개국에 초청장을 보낸 상태다. 그러나 초청 대상에 서방과 대립 중인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포함되면서 프랑스 등 주요 우방국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미 참여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영국의 이번 결정은 최근 그린란드 파병 문제와 차고스 제도 반환 등을 둘러싸고 영미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들이 그린란드에 병력을 보낸 것에 대한 보복 조치로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 들며 압박했으며, 영국의 차고스 제도 반환 결정에 대해서도 “대단히 멍청한 행동”이라며 맹비난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영국의 차고스 제도 반환에 찬성했으나, 1년 만에 입장을 번복하며 영국 정부를 당혹케 했다. 이에 따라 영국 내부에서는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유럽과의 결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한편, 스타머 총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주요 7개국(G7) 회담 참석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미국을 제외한 서방 국가들 간의 공조가 강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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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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